세계 경기침체 심화와 수출 부진 등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 중반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저성장 기록 후에는 본격적 불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3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9%에서 0.4% 포인트 낮춘 1.5%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1.3%, 하반기 1.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성장률 1.5%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수치로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놓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 가장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각각 1.8%를 제시했고 한국은행과 정부는 각각 1.7%, 1.6%를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2.0%에서 0.3% 포인트 내려 1.7%로 전망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오랜 기간 경제 여건 부실화가 진행된 데다 코로나19 기간의 과도한 재정지출로 정책적 지원 여력마저 떨어져 성장률 하향 전망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급진적 긴축 기조를 지속하거나 과도한 수준의 민간 부채가 금융시장 위기로 파급돼 불확실성이 증폭할 경우 성장률 감소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연은 한국이 올해 저성장 기록과 함께 본격적 불황 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기 둔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국내 성장모멘텀은 부재하다는 게 이유다.
부문별로 내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올해 2.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2022년 민간소비 성장률 4.4%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민간소비는 그동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여 왔지만 현재는 고물가로 인한 실질구매력 감소 와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부진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자영업자 소득 감소, 금리 인상으로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원리금 상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민간소비를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평가됐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부문에 대한 공격적 투자 지속에도 세계 경기 위축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조달비용 부담 가중으로 -2.5%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투자는 공공재개발 등 정부 주도 건설 증가에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사현장의 차질과 불협화음이 지속되면서 -0.5%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반기를 지나며 점차 안정을 되찾고 강달러 현상도 누그러지면서 2022년보다 1.7% 포인트 가까이 낮은 3.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실질수출은 세계적 경기침체 심화와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에 따른 영향이 어우러지면서 1.2%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2022년 수출 성장률 3.1%의 3분의 1에 가까운 수치다.
이 부연구위원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위축폭이 예상보다 커지거나 반도체 이외 주력 수출품목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수출 증가세가 더욱 약화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