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모시기 어려워지자… 수도권 갱신요구권 사용 반 토막

입력 2023-02-03 14:23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지난해 12월 전월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세입자가 ‘인상률 최대 5%’를 규정한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경우가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세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보증금을 5% 넘게 올려줄 일이 없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는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갱신계약이 6574건이었다고 3일 밝혔다. 전년 동월(1만2445건) 대비 47.2%가 감소한 것으로 2021년 6월 집계를 시작 이래 가장 적다.

지역별 갱신요구권 사용 계약은 서울이 2021년 12월 6216건에서 지난해 12월 3097건으로 50.2% 줄었다. 경기는 같은 기간 5481건에서 2993건으로 45.4% 감소했다. 인천은 748건에서 484건으로 35.3% 줄었다.

지난해 12월 갱신요구권 사용 사례는 전체 갱신계약 1만8185건 중 36.2%에 그쳤다. 같은 해 1월 57.9%였던 이 비중은 8월까지 50%대를 유지하다 9월 49.8%로 내려앉은 뒤 10월 44.5%, 11월 39.4% 등으로 매달 크게 줄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임대인과 세입자의 지위가 뒤바뀐 ‘역전세난’ 속에서 세입자 모시기가 어려워진 탓”이라며 “집값 하락 여파로 전월세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세입자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세입자가 굳이 법적 권리를 내세우며 “5% 넘게는 못 올려준다”고 못 박을 필요 없이 임대인과 원만하게 금액을 합의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갱신요구권이 임대료를 종전보다 낮춰 갱신하는 데 사용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갱신계약 중 종전보다 임대료를 낮춘 계약은 1481건으로 전년 동월 76건의 19.5배로 늘었다. 전체 갱신요구권 사용 계약 중에서는 5건 중 1건 이상(22.5%)가 감액계약이었다.

갱신요구권을 써서 갱신한 계약은 세입자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더라도 언제든 해지 통지를 하면 4개월 뒤 퇴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전월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갱신계약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전월세 갱신계약 중 전세를 월세로 바꾼 사례는 5971건으로 전년 동기 3572건 대비 67.2% 증가했다. 집값 하락과 함께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지자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월세 전환을 선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진 팀장은 “금리 상승으로 대출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세입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매물을 찾아 나서고 있다”며 “2년 전 대비 급락한 전세 시세와 더불어 수도권에 지역별로 대규모 공급이 예정된 만큼 주택임대시장의 감액 갱신 및 갱신요구권 사용 감소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