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이 윤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다. 육군 참모총장 공관이 대통령 관저로 유력하게 검토됐는데 천공이 다녀간 이후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는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천공 국정 개입 의혹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대통령실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국일보는 출간 예정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저서 ‘권력과 안보’(문재인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 가운데 천공과 관련된 부분을 2일 보도했다. 부 전 대변인은 저서에 지난해 4월 1일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고 적었다고 한다.
부 전 대변인이 “긴 수염에 도포 자락을 휘날리고 다니는 천공이 사람들 눈에 쉽게 띌 텐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자 남 전 총장은 “(공관 담당 부사관이) 무슨 의도로 내게 허위보고를 하겠느냐”며 확신했다는 게 저서의 내용이다.
부 전 대변인은 “유력 육군 인사가 당시 천공이 타고 온 차종은 무엇인지, 누가 현장에 같이 있었는지, 육군 총장보다 더 구체적으로 당시 행적을 들려줬다”고도 주장했다.
천공의 관저 개입 의혹은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처음 제기했던 내용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3월에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에 천공이 다녀갔다는 증언을 국방부 고위관계자에게서 들었다”며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알 수는 없으나, 천공이 다녀가고 나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는 선후 관계는 확실하다”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은 당시에도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김 전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천공의 국정 개입 의혹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지난 3월경 천공과 김용현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TF 팀장, 현재 경호처장과 윤핵관으로 꼽히는 모 의원이 용산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며 “안보 리스크를 가중하고, 서울 시민 교통 불편 초래하고,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한 배경에 천공이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회 국방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천공의 관저 개입 의혹을 따져 물을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김용현 경호처장은 천공과 일면식도 없으며, 천공이 한남동 공관을 둘러본 사실이 전혀 없음을 거듭 밝힌다”며 “사실과 다른 ‘전언’을 토대로, 민주당이 앞장서 ‘가짜 뉴스’를 확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