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부르는 베토벤 ‘합창’ 교향곡

입력 2023-02-02 12:57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을 우리말로 부르는 음악회가 5월 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우리말 공연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휘자 구자범이 직접 번역했다.

교향곡 9번 ‘합창’은 베토벤이 생전에 완성한 마지막 교향곡이다. 음악사에서 교향곡에 처음으로 성악이 동반된 것으로 유명하다. 4악장에 4명의 독창과 합창이 나오며,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서 가사를 가져왔다. 작품 제목이 따로 없었지만 4악장 때문에 ‘합창’이란 별칭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합창 교향곡은 1824년 2월 완성돼 그해 5월 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됐다. 1822년 런던필하모닉협회(현재 왕립필하모닉협회)로부터 교향곡 의뢰를 받은 것이 작곡의 계기다. 다만 베토벤이 젊은 시절 실러의 ‘환희의 송가’에 큰 감동을 받아서 언젠가 곡을 붙이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초연은 빈 쾨른트나토아 극장에서 베토벤과 미햐엘 움라우프의 지휘로 이뤄졌다. 베토벤은 당시 완전히 청력을 잃은 상태였지만 직접 지휘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베토벤이 지휘하면 연주가 혼란스러워질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에 극장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인 움라우프가 베토벤을 돕는 형태를 취했다.

이번 우리말 공연은 2020년 8월 KBS TV 클래식 프로그램 ‘안디 무지크’에 출연한 구자범의 고백이 계기가 됐다. 그는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고 싶어서 지휘자가 됐지만, 이 곡에 대한 경외심으로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지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 행사 음악으로 전락한 합창 교향곡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연주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젠 우리말로 불러서 그 정신성을 느껴보자”고 답변했다. 이후 직접 번역을 시작한 구자범은 2년여가 지나 우리말본을 완성했고, 2800마디가 넘는 오케스트라 모든 악기의 악보를 일일이 다시 그렸다. 그리고 초연 200주년을 1년 앞둔 올해 5월 7일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음악인들과 이 우리말본으로 연주한다.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의 연주자 90여 명이 참가한 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구자범의 지휘봉에 맞추어 합창 교향곡을 연주한다. 그리고 국립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등 전국에서 모인 성악가들로 구성된 참 콰이어가 270여 석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합창석을 가득 채운다. 소프라노 오미선, 메조 김선정, 테너 김석철, 바리톤 공병우는 솔리스트로 참여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