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방명록에 “위대한 지도자가 이끈 위대한 미래, 국민과 함께 잊지 않고 이어 나가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윤 대통령은 추모관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 영정 앞에서 헌화·분향한 뒤 묵념했다. 이어 박동진 생가 보존회 이사장과 환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경북 구미의 금오공과대학교를 찾은 이후 비공개 일정으로 생가를 방문했다. 이번 일정은 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1번째 생일을 앞두고 이뤄졌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000여명의 시민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입구 2㎞ 전부터 ‘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를 연호하며 환영했고, 윤 대통령은 시민들과 악수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9월과 2022년 2월 두 차례 이곳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금오공대 방문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얼이,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금오공대는 1979년 박 전 대통령이 산업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4년제 대학이다.
윤 대통령의 ‘박정희 회고’ 행보에는 ‘경제’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현 기조는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이같이 말하며 “민간 주도, 시장 중심의 경제 기조를 확고히 하면서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국가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일정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일을 앞두고 이뤄진 점도 이목을 끌고 있다. 대구·경북(TK)의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이 검사로 재직하던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 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공소유지를 맡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형을 이끌어낸 데 대해 TK의 반감이 아직 남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뒤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느냐.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31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로 생일축하 난을 전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을 표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이) 추모관이 너무 협소하다며 함께한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에게 좋은 방안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직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위대한 지도자’라고 기록을 남긴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