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시장 한복판에서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본 50대 남성이 공연음란죄가 아닌 단순 노상 방뇨 혐의로 처벌받았다. 검찰은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들이 비명을 지른 점 등을 들어 A씨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청미)는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5월 21일 낮 원주시 한 시장 사거리에서 30분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음란한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불특정 다수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 소변을 봤다.
1심 재판부는 A씨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대낮에 시장 길가에서 성기를 노출하기는 했으나 소변을 보고 다시 바지를 올려 입은 점, 이 외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은 점 등을 무죄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다.
A씨는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중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급히 소변을 보기 위해 성기를 노출했다”며 “화장실이 2층에 있어 그곳까지 갈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 진술을 종합하면 A씨가 성기를 노출한 주된 이유가 소변을 보기 위해서였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A씨의 행위는 단순히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를 넘어선 음란한 행위”라며 항소했다.
검찰은 “A씨가 시장 한복판 사거리에서 사람들을 향해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성기를 노출해 소변을 봤다”며 “술을 마시던 식당과 범행 장소 간 거리가 상당한 점, 목격자들이 비명 또는 소리를 질렀던 당시 상황 등에 미루어보면 원심 판단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해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검찰이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경범죄 처벌법 위반죄는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노상 방뇨 혐의로 벌금 15만원을 선고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