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6분만에 철수… 취객 결국 차에 치여 숨져 [영상]

입력 2023-02-01 04:42 수정 2023-02-01 10:15
지난 19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술에 취한 50대 남성 A씨가 골목길에서 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A씨가 대화를 거부하자 인도에 그대로 둔 채 순찰차로 이동했다. 이후 A씨는 골목 입구 가장자리에 드러누웠고, 우회전해 들어온 차량이 A씨를 치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MBC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경찰이 지난 30일 술에 취해 쓰러진 행인을 귀가조치하다 내버려둬 숨진 사건이 논란인 가운데 또 다른 주취자가 현장에 방치됐다가 승용차에 깔려 숨지는 참변이 벌어졌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7시50분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인도에 술에 취한 50대 남성 A씨가 누워 있었다. 당시 지나가던 시민이 A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오후 8시9분 경찰관 두 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술에 취한 50대 남성 A씨가 골목길에서 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A씨가 대화를 거부하자 인도에 그대로 둔 채 순찰차로 이동했다. 이후 A씨는 골목 입구 가장자리에 드러누웠고, 우회전해 들어온 차량이 A씨를 치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MBC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MBC가 보도한 당시 현장 CCTV에는 출동한 경찰관들이 A씨를 일으키려 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대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경찰관들은 출동 6분 만인 8시15분쯤 A씨의 어깨를 툭 치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후 7분 동안 지켜본 경찰은 건너편 순찰차로 이동해 차 안에서 A씨를 관찰했다. 당시 동대문구의 체감온도는 0도로 추운 날씨였고, 눈까지 내리고 있었다.

A씨는 경찰이 떠난 뒤 비틀거리며 옆 골목으로 들어갔고 몇 차례 쓰러졌다가 다시 골목 입구 가장자리에 누웠다. 다시 10분 뒤 골목으로 우회전해 들어온 차량이 A씨를 밟고 지나갔다. 차량 운전자는 ‘눈이 오는 데다 어둡고 좁은 골목이라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순찰차(가운데 위쪽)가 지난 19일 사고 현장 건너편에서 대기 중인 가운데 구급차(왼쪽)가 골목길에 들어가고 있다. MBC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사고 당시 건너편 순찰차에 있던 경찰은 차량 운전자가 비상등을 켜고 내리는 모습을 본 이후 현장에 건너갔다고 한다. 현장 근처에 있었지만 A씨 사고를 곧바로 목격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119를 부르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응급조치를 했지만 A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사고 현장 근처에서 혼자 살았던 A씨는 공사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다. 설 연휴 기간 가족과 만나기로 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MBC에 “남성이 도움을 거부하는 언행을 해서 순찰차를 타고 건너편에서 관찰했다”며 “미흡한 점이 있어서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