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30일 술에 취해 쓰러진 행인을 귀가조치하다 내버려둬 숨진 사건이 논란인 가운데 또 다른 주취자가 현장에 방치됐다가 승용차에 깔려 숨지는 참변이 벌어졌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7시50분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인도에 술에 취한 50대 남성 A씨가 누워 있었다. 당시 지나가던 시민이 A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오후 8시9분 경찰관 두 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MBC가 보도한 당시 현장 CCTV에는 출동한 경찰관들이 A씨를 일으키려 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대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경찰관들은 출동 6분 만인 8시15분쯤 A씨의 어깨를 툭 치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후 7분 동안 지켜본 경찰은 건너편 순찰차로 이동해 차 안에서 A씨를 관찰했다. 당시 동대문구의 체감온도는 0도로 추운 날씨였고, 눈까지 내리고 있었다.
A씨는 경찰이 떠난 뒤 비틀거리며 옆 골목으로 들어갔고 몇 차례 쓰러졌다가 다시 골목 입구 가장자리에 누웠다. 다시 10분 뒤 골목으로 우회전해 들어온 차량이 A씨를 밟고 지나갔다. 차량 운전자는 ‘눈이 오는 데다 어둡고 좁은 골목이라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건너편 순찰차에 있던 경찰은 차량 운전자가 비상등을 켜고 내리는 모습을 본 이후 현장에 건너갔다고 한다. 현장 근처에 있었지만 A씨 사고를 곧바로 목격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119를 부르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응급조치를 했지만 A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사고 현장 근처에서 혼자 살았던 A씨는 공사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다. 설 연휴 기간 가족과 만나기로 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MBC에 “남성이 도움을 거부하는 언행을 해서 순찰차를 타고 건너편에서 관찰했다”며 “미흡한 점이 있어서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