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전속 단체 중심 제작극장으로의 변화를 시작한 세종문화회관이 올해는 제작 시스템 구축을 통한 기반 다지기에 나선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 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3 세종시즌’ 라인업을 공개하고 “지난해 제작극장으로서 첫 1년간의 시도에는 많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제작 직군 인력을 늘리는 등 제작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극단,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오페라단 등 6개 전속 예술단을 가진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부터 예술단들의 자체 제작 공연의 비중을 크게 늘려 제작 중심 극장으로의 변화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안 사장 역시 “제작극장으로 나아가는데 기대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이 있다”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제작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획·제작 인력 편제를 바꾸고 신규 인력을 보완할 예정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을 통해 제작극장으로 제대로 뿌리 내리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신작 12편과 레퍼토리 16편을 더한 총 28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 횟수도 대폭 늘었다. 올해는 전년(144회) 대비 74% 늘어난 251회 공연이 준비됐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스타 연출가인 고선웅 단장이 이끄는 서울시극단의 공연이다. 고 단장 취임 첫 시즌을 맞은 서울시극단은 칠레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의 ‘키스’, 퓰리처상 수상자 마샤 노먼의 ‘겟팅아웃’, 닐 사이먼의 ‘굿닥터’ 등 5편을 선보인다. 지난해 호평을 받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와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다시, 봄’ ‘알로하, 나의 엄마들’ 등은 업그레이드돼 다시 공연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신작 오페라 ‘마술피리’ ‘투란도트’를 준비하고,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명연주자 시리즈’ ‘믹스드 오케스트라 시리즈’를 지난해에 이어 이어간다.
세계적 수준의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클래식 기획 공연도 관객과 만난다. 11월에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정명훈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협연으로 열린다. 매년 실내악 명곡을 소개해온 ‘세종 체임버 시리즈’는 올해 피아노 음악의 절정기인 고전주의를 다루며 피아니스트 임동혁, 박재홍, 이혁 등이 함께한다.
한편 올해 개관 45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광화문 광장의 새 단장으로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아진 데 이어 빠르면 2026년 착공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리노베이션을 추진 중이다. 안 사장은 “서울의 문화 중심지 광화문을 대표하는 공연기관으로서 세종문화회관은 개선된 환경에 걸맞은 내면적인 변화와 프로그램으로 시민에게 보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