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마약사범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대구 강북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무죄 판결이 나왔다.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데다 불법적인 물리력을 사용했다는 검찰 지적과 다르게 법원은 체포과정에서 수행한 정당행위라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상호)는 31일 독직폭행과 직권남용체포 혐의로 기소된 A경위(43) 등 경찰관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경위 등은 지난해 5월 25일 경남 김해의 한 숙박업소에서 필로폰 판매와 불법체류 혐의로 태국인 B씨를 체포했다. 검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B씨의 머리와 몸통 부위를 발로 밟거나 경찰봉 등으로 때려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당시 체포 이유, 변호인 조력권, 진술 거부권을 알리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는 등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또 B씨가 머물던 객실을 영장 없이 수색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이렇게 확보한 마약을 근거로 B씨를 체포했다.
법원은 경찰관들의 불법적인 물리력 행사와 적법하지 않은 체포 과정을 지적했던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적법한 체포행위로 보인다”며 “그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체포과정에서 수행한 정당행위로 판단된다. B씨가 체포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염두에 둔 중요 범죄는 마약 범죄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B씨를 체포한 후 객실에서 마약을 확인하고 공범들을 마약사범으로 현행범 체포한 것도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의 미란다 원직 고지 위반에 대해 “외국인 공범 3명이 모두 통역이 필요했기 때문에 한 명씩 차례로 고지·체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3명 모두 체포한 후 통역인을 통해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면 적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경찰관들이 마약류 판매 및 불법체류 혐의로 B씨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증거 부족으로 기각된 뒤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검찰은 경찰이 구속 송치한 B씨 사건을 검토하던 중 독직폭행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 이후 수사에 착수해 숙박업소 CCTV 영상 등을 확인, 해당 경찰관들을 독직폭행 및 직권남용체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할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