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6일 전원회의를 열어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를 조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11월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한 이후, 이에 동참하지 않는 화물기사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거나 차량에 쇠구슬을 쏘는 등의 방법으로 운송거부 참여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의 이러한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보고 화물연대본부 사무실에 대한 현장조사를 세 차례나 시도했으나 건물봉쇄 등 조직적 저항으로 조사공무원이 현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화물연대측은 노동조합인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정위 조사를 받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화물연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다. 노동조합은 노조법 소정의 요건을 갖춰 설립신고를 한 단체를 의미하는데, 화물연대는 그러한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물노동조합이 아닌 화물연대라는 단체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공식적 절차를 거치는 대신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조에 들어가는 우회적 방법으로 단체를 설립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집단운송거부 과정에서 조정절차나 쟁의 찬반투표 등 노조법상 절차도 전혀 거치지 않는 등 스스로 적법한 노동조합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파업 등의 쟁의행위는 노사 당사자 간에 근로조건 등을 이유로 교섭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화물연대의 이번 경우는 사측이 아닌 정부를 대상으로 정책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학습지교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 계약에 의해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개인사업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대법원판례나 국제노동기구(ILO)협약 등을 고려하면 화물연대의 법적 성질을 단정짓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결국 화물연대가 노동조합인지 사업자단체인지 여부는 공정위 심사 내지 심의 절차에서 결정될 사안인 것이고, 이를 판단하기 위한 공정위 조사는 불가피했던 것이다.
다만 이번 16일자 전원회의에서 공정위 조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정위 조사절차규칙에 의하면 조사공무원은 현장조사에 앞서 피조사인에게 조사대상과 목적 등이 기재된 조사공문을 교부해야 하는데, 첫 현장조사일인 작년 12월 2일 당시의 조사공문에 조사목적(법위반 사항 등) 기재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공정위 조사공문 기재의 부실성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비판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통상적으로 조사목적에는 관련 법 조항, 조사대상에는 피조사인의 명칭과 소재지를 적는 데 그치기 때문에 피조사인 입장에서는 조사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사실상 광범위한 현장조사가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조사공무원이 피조사인의 또 다른 법위반혐의를 포착하게 되는 사례도 발생하는 만큼 피조사인은 최대한 방어적인 자세로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비판을 반영해 공정위는 ‘사건처리 3.0'과 조사절차규칙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공문을 구체화하겠다는 정책적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실무적 단계까지 실현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공문에 기재된 조사목적과 조사대상은 조사권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해 피조사인에게 방어권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공정위에게는 조사권한을, 피조사인에게는 적극적 협조의무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명확하고 구체적인 조사목적 기재는 공정위의 법집행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대한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 조사 실무자들은 적법절차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에 보다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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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