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사전에 경비기동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조사 결과 요청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오후 8시30분부터 경찰 무전을 듣고 있었다고 봤다. 오후 11시가 돼서야 상황을 인지했다는 이 전 서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31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서울경찰청 등 상급기관에 경비기동대를 직접 요청하거나 지원 요청을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서장은 지난해 10월 13일 용산경찰서 내에서 대책 회의를 주재하며 “핼러윈데이에 기동대 배치가 가능할까? 어렵겠지?”라고 물었고, 경비과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이후 경비기동대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다.
또 검찰은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 대해 “내부적으로 경찰관기동대 지원 요청 여부를 논의하면서 ‘핼러윈 당일 대규모 집회 때문에 서울경찰청으로부터 경찰관기동대를 지원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속단했다”며 “그 결과 인파 통제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대신 범죄예방 및 교통단속에만 주안점을 둔 대책을 수립하기로 결의했다”고 결론냈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 모두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 전 서장의 늑장 대응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8시30분 무렵부터 관용차에서 대기하면서 무전을 듣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오후 9시10분 이후에는 ‘대규모 인파가 몰려나온다’는 무전이 반복적으로 나오던 상황이었다. 검찰은 “위험이 확대되는 상황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대목을 두고 “형사‧징계 책임이 부과될 것을 우려해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해 진상은 은폐하기로 마음먹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이 전 서장은 자신의 도착 시간이 허위로 기재된 보고서 작성 화면을 직접 확인했고, 작성된 보고서도 다 읽어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 5분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지만, 상황보고에는 이보다 48분이나 빠른 오후 10시17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기재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