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에 묶여있던 풍산개를 프라이팬으로 폭행한 뒤 정당방위를 주장한 30대 의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2단독 박민우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씨(39)에게 징역 7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11일 오후 11시35분쯤 광주 북구의 한 공장 앞에 묶여있는 풍산개를 프라이팬으로 마구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공장 마당 안에 들어가 건축자재를 집은 뒤 개에게 휘두르고, 바닥에 놓여있던 프라이팬을 집어 20여회 내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풍산개가 자신에게 짖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풍산개 주인은 치료비로 128만원 상당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공장 입구를 지날 때마다 떠돌이 개들이 있었고, 개로부터 위협을 느껴 정당방위 차원에서 프라이팬을 휘두른 것이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A씨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A씨는 개로부터 직접 위협을 받은 바 없고, 현장을 그대로 지나칠 수 있었음에도 목줄에 매여 있는 개를 무차별적으로 내리친 점을 감안하면 위급하고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범행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를 방지해 동물의 생명보호를 꾀하고,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국민 정서를 기르는 동물보호법의 취지에 위배된다”며 “무차별적 공격행위의 잔혹성에 비춰볼 때 범죄의 죄질도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박 부장판사는 “다만 야간에 떠돌이 개들로 인해 어느 정도의 위협은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경위에 약간이나마 고려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