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 명의 넘겨 ‘깡통전세’…361억원 꿀꺽한 일당 검거

입력 2023-01-31 13:26 수정 2023-01-31 13:43

임차인(세입자) 몰래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등에게 명의를 넘기는 수법으로 양산한 빌라 152채의 임대차 보증금 361억원을 속여 뺏은 ‘깡통전세 사기’ 조직 113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주로 전세 매매 등의 경험이 부족한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 등을 노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은 전세 사기 조직 113명을 검거해 부동산 컨설팅업자 A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검거된 조직에는 바지매수자 모집책과 부동산 컨설팅업자,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법무사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전세 계약과 매매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임차인 몰래 바지매수자에게 명의를 넘기고 임대인으로부터는 수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챙기는 ‘깡통전세’ 수법을 사용했다. 이때 임대차보증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한도인 공시가의 150% 수준으로 최대한 높게 책정해 실질적 피해는 HUG가 지도록 했다.

A씨 등은 2021년 4월 서울의 한 빌라 소유자 B씨가 3억5000만원에 매매하겠다며 매물을 내놓은 뒤 팔리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전세를 끼고, 매매해야 팔린다”며 접근했다. 이어 “진행비가 들어간다” “금액을 올려 전세를 놓을 테니 보증금을 받아 차액은 돌려달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전세보증금을 애초 매매가격보다 높은 4억3700만원으로 올리는 한편, 임차인을 구해주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광고도 함께 진행했다. 이후 중개업자를 통해 소개받은 임차인 C씨와 전세 계약을 진행했다. 전세보증금 잔금을 지급하는 날에 빌라 명의를 바지매수인에게 넘기고 B씨로부터는 87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바지매수인은 명의 유통조직으로부터 500만원을 주고 구했다. 명의 유통조직은 “빌라 명의를 떠안으면 150만원을 주겠다”고 꾀어 부산역 노숙자나 신용불량자의 위임장, 인감 등을 받아 A씨 등에게 넘겼다.

A씨 등은 임차인들에게 “보증보험에 가입되니 보증금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킨 뒤 이사비 지원, 중계 수수료 면제 등 특혜를 제시해 임대차계약을 맺도록 유도했던 것으로 조사다.

경찰은 “이번 깡통전세 수사에서 바지매수자를 모집·유통한 2개 조직 구성원 전원을 검거했다”면서 “앞으로 서민 상대 임대차 보증금 편취 사기 범죄 단속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