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 김연경이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찍은 사진이 공개된 이후 야당 지지자들의 공격 대상이 된 가운데 과거 배구협회 관계자가 김연경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인사를 하라”고 요구해 논란을 빚었던 일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연경의 국힘 지지 이유 떴다”는 제목의 글이 등장했다. 해당 글에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하고 귀국한 김연경에게 기자회견 사회자가 당시 재임 중이던 문 대통령을 향한 인사를 요구했던 사건을 다룬 기사가 첨부됐다.
2021년 8월 9일 당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된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았던 유애자 대한배구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연경에게 “포상금이 역대 최고로 준비돼 있는 거 알고 있느냐”며 “많은 격려금이 쏟아지고 있다. 감사 말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김연경은 “포상금을 주셔서 저희가 기분이 너무 좋은 것 같다.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10여분간 취재진과 질의응답이 끝난 뒤 사회자는 김연경에게 “우리 여자배구 선수들 활약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우리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시면서 격려해주셨다”며 “그것에 대해 답변주셨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연경은 “제가 감히 대통령님한테 뭐…”라며 “그냥 너무 감사한 것 같고, 그렇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회자는 재차 “오늘 (감사 인사를 전할) 기회, 자리가 왔다. 거기(포상금)에 대한 인사 말씀을 해달라”며 문 대통령을 향한 감사 인사를 유도했다. 이에 김연경은 잠시 머뭇거리다 “무슨 답변 말이냐. 지금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고, 사회자는 “한 번 더”를 외쳤다. 사회자 요구에 김연경은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모습이 공개된 이후 대한배구협회 홈페이지 등에는 감사 요구가 부적절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사회를 맡은 유 부위원장은 홍보부위원장 직책을 사퇴했고, 오한남 대한배구협회 회장도 사과문을 올렸다. 오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드리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연경은 “대표팀 선배님이시자 협회 임원으로 오랜 시간 동안 배구 발전과 홍보를 위해 힘써 주신 분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다시 힘내셔서 돌아오실 수 있길 바란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김연경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김 의원은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편안한 저녁을 보냈다”며 “당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연경의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식빵 언니, 우파였나. 실망이다” “2찍(국민의힘 기호) 언니 소름” “잘하다가 왜 하필 국민의힘을” “평소 좋아했는데 아쉽다” “태극기 집회나 나가라” 등의 반응이었다.
논란이 일자 사진을 공개한 김 의원은 김연경이 악성 댓글 세례를 받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김 의원은 3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관련) 기사를 보고 마음이 좀 미안했다. 본인(김연경 선수) 입장에선 사실 좀 억울할 것”이라며 “국민은 누구든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데 마치 정치인인 것처럼 돼서 상대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니까 저는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연경 선수에게 사진을 올린다는 것을 이야기했냐는 질문에는 “양해를 받고 올렸지 그냥 올렸겠느냐”고 답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