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혜선 “좌절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입력 2023-01-30 17:52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첫 에세이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출간 계기를 이야기하다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내 삶은 늘 좌절의 연속이었어요. 하지만 좌절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어요.”
피아니스트 백혜선(58)이 첫 에세이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를 펴냈다. 1994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입상(1위 없는 3위)하는 등 한국 클래식을 대표해온 백혜선이 자신의 인생을 진솔하게 풀어낸 책이다.

백혜선은 30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책은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이 쓰는 자서전이 아니다. 그저 제 일기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한 특별한 순간을 담았다”고 겸손해했다.

백혜선은 4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서울 예원학교 2학년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갔다. ‘건반 위의 철학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 변화경 부부의 가르침을 받았다. 1989년 윌리엄 카펠 국제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1995년 29세에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고, 10년 뒤인 2005년 미국으로 떠나 두 아이를 키우며 연주자 활동을 이어왔다.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모교인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이지만 백혜선은 “그동안 숱한 좌절을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임윤찬이 우승으로 잘 알려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생애 처음 1차 탈락한 것이다. 백혜선은 “당시 좌절감에 빠져 피아노를 그만두고 전화회사 영업사원을 했었다. 그러다가 변화경 선생님 권유로 마음을 다잡고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회상했다.

한편, 백혜선이 이 책을 쓰게 된 데는 지난 몇 년간 사랑하는 사람들을 잇달아 떠나보낸 경험이 큰 계기가 됐다. 책 말미엔 어머니와 이모, 매니저였던 이명아 부산아트매니지먼트 대표 그리고 인생의 파트너였던 피아니스트 필립 케윈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적혀 있다. 백혜선은 “책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함께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에세이 출간을 계기로 백혜선은 국내 연주 활동도 더 많이 가질 계획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는 4월 독주회, 12월 인천시향과의 협연 등을 예정하고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