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경주, 원주, 나경원이 이번 주는 포근하네.”
“대장동 날씨가 많이 푸근한 편입니다. 누가 특혜라도….”
“이란 날씨에서는… 아이고, 말실수를.”
지난 28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코미디 쇼 ‘SNL코리아’ 시즌3 10회 오프닝이 독하면서도 유쾌한 정치 풍자로 이목을 끌었다. 이날 SNL코리아는 시작 3분 동안 ‘SNL날씨’라는 기상전파 코너 형식을 빌려 국민의힘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윤석열 대통령을 모두 풍자했다.
기상캐스터로 나온 검은색 양복 차림의 김민교는 윤 대통령의 말투를 흉내 내며 날씨를 전했다. 그는 먼저 “북극 기단 때문에 전국적으로 엄청난 한파가 지속될 것 같다”며 “‘북’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건 왜 이렇게 우리나라를 힘들게 하는 걸까나. 날씨라서 선제타격을 할 수도 없고”라고 연일 대북강경론을 펼치는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어 “지난주 내내 나주, 경주, 원주, 나경원이 날씨 심술을 많이 부렸어. 근데 이번 주 살펴보니 여기가 아주 포근하네. 나씨가 아주 좋아졌어. 아니아니 날씨가 좋아졌어. 진작에 그럴 것이지”라고 웃으며 대통령실과의 불협화음 끝에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나 전 의원에 대한 내용을 언급했다.
이 대표 분량도 빼먹지 않았다. 김민교는 수도권 날씨를 알려주겠다며 “유독 이쪽 지역 대장동, 위례, 성남 이쪽에서 보는 입장에서 많이 푸근한 편”이라고 했다. 이어 “왜 여기만 푸근한가? 누가 특혜라도 줬나?”라고 말하면서 익살스럽게 웃는다. 이날 방송은 마침 이 대표가 위례·대장동 관련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날 공개됐다.
이에 이 대표의 말투를 따라 하는 권혁수는 성남기상청 관계자로 등장해 “대장동이 푸근한 편이라고요? 와보십시오. 춥습니다. 싸늘합니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더니 “이란 날씨에서는… 아이고, 죄송합니다”라며 “이런 날씨라고 해야 하는데, 이란 날씨라고. 아유 죄송합니다. 이란 말실수를, 아유 또 말실수를 했네. 하하하”라며 의도적인 실수를 했다.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을 연상케 하는 풍자였다.
김민교는 다시 “여기 있어야 할 게 아니라 서초 쪽으로 가셔야 되지 않나? 검사도 좀 잘 받아보시고”라며 권혁수를 공격했다. 그러자 권혁수는 “이상 성남이었습니다. 매우 성남”이라며 머리 위로 양 손가락을 치켜든 채 뿔 모양을 그려 보였다.
지난달 24일 방송분에서는 축구 스타 메시의 모습을 한 정상훈이 이 대표의 성남FC 의혹을 풍자하기도 했다. 정상훈은 “지켜보고 있는 선수가 있다. 손흥민, 이강인, 성남FC 이재명”이라며 “스피드와 ‘더불어’, 볼 배급도 잘하면서 성남의 ‘대장’처럼 리더십 있는 선수”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천배, 만배 더 길게 ‘긴 만배’ 발전할 거 같은 이재명 선수”라고 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씨를 연상시키는 말장난이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