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장이 사장도 아닌데”… 영장청구해도 ‘방탄’국회

입력 2023-01-30 05:56 수정 2023-01-30 10:18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문 조사를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이 사장도 아닌데, 5503억원밖에 못 벌었다고 배임죄라고 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중 배임 혐의에 대해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항변했다. 이 대표는 검찰 주장과 달리 대장동 개발이익 중 공공 회수분은 1822억원이 아니라 5503억원으로 더 많다는 셈법을 고수하고 있다. 또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민간개발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개발이익을 민간업자들이 죄다 가져간 경우도 많다며 자신의 사안에만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실효성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역 국회의원인 이 대표를 체포하기 위해선 불체포특권에 따라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는 이날 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개발 허가해주고 한 푼도 못 번 양평군수(공흥지구), 부산시장(엘씨티)은 무슨 죄일까요”라며 이같이 항변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8일 배포한 A4 33쪽 분량의 검찰 진술서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던 중 오후에 진술서를 SNS에 전격 공개했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시장의 배임이 성립하려면 시장의 의무에 반해 시에 손해를 입히고 민간사업자에게 이익을 주어야 한다”며 “그런데 저는 투기 세력을 위해 시에 손실을 입힌 게 아니라 오히려 민간사업자에게 1120억원을 추가 부담시켜 그들에게 손실을 입히고 시와 공사의 이익을 더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민간에 개발허가를 내주는 게 당연시되고 있고 공공이 개발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건 부당하다는 시각까지 있다”며 “결론적으로 개발이익을 100% 공공이 차지하는 공영개발이나 개발이익을 일부 환수하는 민관 공동개발은 시장의 의무가 아니다”고 했다.

또 “개발이익이 100% 민간에 귀속되도록 특정 개인에게 민간개발을 허가해도 적법하다”며 “검찰은 부산시장, 양평군수, 제주지사가 부산 엘씨티, 양평 공흥지구, 제주도 오등봉지구에 민간개발을 허가해 개발이익을 100% 민간업자들이 취득한 것을 배임죄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이익에 대해 검찰과 이 대표 측의 서로 다른 계산법을 정리한 그래픽을 올렸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으로 발생한 이익 중 5503억원을 성남시민 몫으로 환수했다는 입장이다. 이는 ‘확정 이익’ 방식으로 배분받은 임대아파트 부지 배당금 1822억원에 신흥동 제1공단 공원화 비용 2561억원, 서판교 터널 개통 등 기반시설 조성 비용 1120억원을 합친 것이다. 이 대표는 특히 사업자 공모 이후 개발계획 변경 및 실시계획 인가를 통해 민간업자들에게 1120억원을 추가 부담시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대장동 사업에서 성남시에 돌아간 이익은 임대아파트 부지 배당금 1822억원에 그쳤다는 입장이다. 2500억원 상당의 1공단 공원 조성비는 민간사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대장동 수익으로 보전한 것에 불과하고, 서판교 터널 개통 등 기반시설 조성 비용 역시 대장동 부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민간사업자들이 요청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이를 공공에 돌아간 이익으로 분류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결정권은 국회로 넘어온다. 국회법상 현행범이 아닌 국회의원을 회기 중 체포하거나 구금하려면 불체포특권에 따라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체포동의안의 가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다. 민주당이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체포 동의안이 올라오더라도 부결될 것이란 예상이 크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8일 CBS 라디오에서 “당론으로 정할 필요도 없이 현재의 분위기와 느낌상으로 보면 부결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남국 의원은 26일 MBC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은) 당연히 부결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중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저녁 비공개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장관 탄핵을 공식화한 것이라 봐도 되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도 상관없다. 탄핵으로 무게중심이 실리지 않겠나”라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