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몰랐다’는 이재명…유동규 “얼마나 다급하면 저러나”

입력 2023-01-30 04:24 수정 2023-01-30 10:0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사진)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위례·대장동 개발비리의 책임자로 자신을 지목하며 관련성을 부인한 데 대해 “얼마나 다급하면 저러나 싶다”고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은 “과연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 나중에 재판을 통해 다 공개될 것”이라며 29일 연합뉴스에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8일 소환조사 당시 검찰에 낸 진술서에서 대장동 관련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며 “유동규가 그들(대장동 일당)과 결탁해 비밀정보를 제공했는지 저로선 알 수 없지만 유동규가 범죄행위를 저지르며 범죄사실을 시장인 제게 알릴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위례 사업과 관련해서도 “유동규가 스스로 저지른 불법행위를 제게 보고한다는 것도 상식 밖”이라고 했다. 위례·대장동 사업 관련 위법 행위를 ‘유동규 개인의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며 자신은 몰랐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28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환조사를 마치고 기자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유 전 본부장은 “저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다 얘기했으니 어차피 재판받으면 될 것”이라며 “그건 언론에 할 얘기가 아니고 판사 앞에서 할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제 휴대전화에 혹시 뭐가 들었을까 싶어서 그거 없애려고 혈안이 돼 있다가 가짜 변호사 통해서 (증거) 없앤 걸 확인하고 나니 안심이 됐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자신이 민간업자들에게 전달한 성남시 내부 정보 등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의 ‘지시사항’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장동 사업자 공모 기간이 이례적으로 짧았던 점을 거론하며 “본인 말대로 사업을 공정하게 진행하고 흥행을 성공시키려면 ‘최대한 공모 기간을 길게 해서 여러 사람이 들어오게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야 하는데 그런 건 없었다”고 했다.

민간업자에게 유리했던 공동주택 부지 용적률 상향도 “성남시가 다 한 일인데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냐”면서 “하늘을 가린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이 대표도 가담했으니 가담한 만큼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모든 상황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실시간으로 다 보고했다며 “이 대표가 유동규(의) 바지 시장이었으면 차라리 인정하라. 내가 다 뒤집어 써주겠다”고도 말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2020년 29차례나 통화할 정도로 더 가까운 사이였다며 “내가 김만배와 인연을 끊으려고 했을 때도 ‘김만배가 세다, 계속 만나라’ 했던 것도 그분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천화동인 1호에 숨은 지분이 있다는 의혹을 부인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천화동인 1호는 언론보도로 존재를 알았다”며 “천화동인 1호가 제 것이었다면 김만배씨가 마음대로 돈을 썼겠느냐”고 언급했다.

유 전 본부장은 “내가 이 대표에게 ‘우리 지분 몇 %다’라며 직접적으로 돈 얘길 한 적은 없다. 그건 정진상이 이야기하게 둔 것”이라며 이 대표도 지분에 대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주장 역시 법원에서 할 일”이라며 “원래 구치소 안에 있는 사람 중 단 한 명도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명·유동규, 15년 인연” 대장동 공소장 보니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다수가 그와 이 대표의 ‘특별한 인연’을 진술하는 만큼 둘의 관련성을 부인한 이 대표의 주장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거짓 진술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의 관계는 위례·대장동 사건의 뼈대인 민관 유착을 이 대표가 인지했는지를 증명하는 핵심 정황인 터라 검찰도 이를 증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08년쯤 분당리모델링협의회 등을 결성해 활동하던 중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이던 이 대표를 알게 됐다. 당시 이 대표는 분당리모델링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성남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었고, 두 사람은 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 활동을 함께했다고 한다.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유 전 본부장은 지역 리모델링 추진위원장 등을 모아서 지지 선언을 하는 등 이 대표 당선에 힘을 보탰고 그해 10월 성남시시설관리공단(공사 전신) 기획본부장에 발탁됐다.

이후 2018년 3월까지 공사에서 근무하며 이 대표의 지휘·감독하에 공사 설립, 위례·대장동 사업 등의 추진 업무를 담당했고, 이 대표가 2018년 6월 경기지사에 당선된 후에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