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주인이 5월 단체 회장이 된 사연

입력 2023-01-29 21:52 수정 2023-01-29 21:56

5·18민주유공자 유족회는 양재혁(55)씨가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고 29일 밝혔다.

공법단체인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전날 5·18 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대의원 총회를 통해 양씨를 신임 회장으로 뽑았다. 양씨는 선거인단 47명 중 32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단독 입후보해 찬성 24표, 반대 7표, 무효 1표를 받았다.

전남 담양 출신인 양 신임 회장은 그동안 사단법인 전라남도 종가회 상임이사, 한국 종가 유네스코 등재 추진협의회 상임위원, 한국고택협회 이사, 담양신문 발행인을 역임했다.

그는 조선 중기 대표적 정원이자 선비문화의 산실로 꼽히는 소쇄원을 만든 양산보의 15대 종손이다.

양 회장은 “5·18민주유공자 유족회가 5월 정신 계승의 구심점이 되고 유족회 회원이라는 사실이 자부심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회원들과 폭넓게 대화하고 화합을 이뤄 유족회가 안고 있는 현안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1966년생인 양 회장은 5·18로 인해 네 살 위 형을 잃었다.

그가 가족 가운데 유난히 따르던 형 재영씨는 1980년 5·18 당시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고3 학생 신분이었다. 광주 도심에서 민주화 투쟁을 벌이다가 머리 등을 크게 다친 재영씨는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10년 넘게 장기간 병원 치료를 받던 재영씨는 2009년 끝내 숨을 거뒀다.

양 회장은 “형은 계엄군과 시민군의 치열한 도심 총격전 속에서 개머리판으로 얼굴과 온몸을 구타당했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그로 인해 더 처절한 여생에 고통받았다”며 “형과 맞닥뜨린 계엄군 총에 실탄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민주화운동 기간 더 일찍 생을 마감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10여 년간 형의 병시중을 해온 양 회장은 불행한 삶을 이어가다가 저세상으로 떠난 형의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5·18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관련 단체 협력강화, 5·18 정신계승과 선양사업 전담조직 운영, 5·18의 전국화 세계화를 위한 홍보와 문화콘텐츠 발굴, 유족회 활동 40년사 발간, 회원과 자녀 창·취업 지원으로 생활안정 도모, 회원 복지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 10대 공약을 제시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5·18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지난해 5월 공법단체로 설립됐다. 300여 명의 회원이 소속된 이 단체는 이후 5·18 민주정신과 숭고한 대동 정신을 기념하고 계승·선양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