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게임 개발 완성도가 심상치 않다. 졸업작품으로 상을 타거나, 인디 게임 개발팀을 결성해 의기투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인디게임협회는 28일 서울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2022년 동안 주목받은 인디 게임을 소개하고 게임 개발 장려를 위한 ‘제2회 인디플 어워즈’ 행사를 개최했다. 국내 유일 인디 게임 시상식으로, 총 22개 후보작 중 7개의 작품이 수상했다.
학생 부문에선 총 2팀이 수상했다. 학생 부문 최우수상은 ‘가짜 하트’, 우수상은 ‘이솝외전: 늑대이야기’ 몫으로 돌아갔다.
‘가짜 하트’를 만드는 진짜들
홍익대학교 인디 게임 개발팀 ‘블랜비’의 김효현 메인 디렉터(25)와 박재현 기획자(26)는 가짜 하트를 제작했다. 가짜 하트는 흑백 세상 속 동화 작가 이야기를 다룬 비주얼 노벨 장르 게임이다. 김효현 디렉터는 “흑백 세상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라며 “다양한 인물들과 얽혀있는 스토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주얼 노벨이란 게임의 진행에 있어 텍스트의 비중이 극도로 높은 작품을 의미한다. 김 디렉터는 “비주얼 노벨이라고 하면 미소녀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며 “거기서 벗어나 깊은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었다”고 개발 취지를 밝혔다. 또한 “선과 악에 대한 이분법을 벗어나 철학적인 스토리를 (이용자에게) 던지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김 디렉터는 개발에 대한 어려움으로 자금 문제와 작업량을 꼽았다. “학생팀으로 시작해 자금 조달이 힘들다 보니 항상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설명하며 “다른 장르와 다르게 비주얼 노벨 게임이기 때문에 작업량이 무척 많다”라고 부연했다.
인디 게임의 매력을 묻는 말엔 “인디 게임에 대한 정의가 정확하지 않아 많은 것을 인디 게임이라 부르는데 하고 싶은 것을 낭만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상품, 수입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학생팀이다 보니까 모두를 함께 이끌어가는 어려움이 있다”라며 “이런 큰 상을 받고 나면 동기부여가 되고 더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된다”라고 전했다.
졸업 작품으로 수상까지…학생 9명이 모여 만든 ‘이솝외전: 늑대이야기’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늑대의 관점으로 풀어낸 ‘이솝외전: 늑대이야기’. 동서대학교 졸업예정자인 이상엽(26) 개발자는 졸업작품을 위해 동화를 다시 들췄다.
이 개발자는 “아기돼지 삼형제 판본을 읽다 보니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서 늑대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개발자는 “이솝이 이솝우화를 만들었으니 삼형제의 최종 보스로 등장하게 했다”라며 동화를 비틀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게임엔 반전이 있다. 아기 돼지 삼형제의 작가는 이솝이 아니라 조셉 제이콥스다. 이상엽 개발자는 이를 뒤늦게 알았다며 “스토리나 제목을 어떻게 바꿀지 뒤늦게 논의해야 할 것 같다”라고 멋쩍게 말했다.
이상 개발자도 학생 개발자로서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게임 제작을 할 때 필요한 것을 손수 제작하거나 구매하는 방식 2가지가 있는데, 구매할 때 자본이 부족해서 힘들었다”라며 “학교 지원금을 게임 제작에 보탰다. 그리고 사비로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것에 썼다”고 언급했다.
이 개발자는 수상 이후 “게임을 만들어서 공모전을 나가고 상을 받는 경험이 처음이어서 게임을 만드는 것에 대해 성취감도 들고, 왜 게임을 계속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동기 부여가 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진솔 인턴 기자 s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