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지망 목회자 자녀, CPR로 쓰러진 행인 살려내

입력 2023-01-28 17:27 수정 2023-01-28 17:29
김혜민(왼쪽)양이 그의 부친 김민철 목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간호사를 지망하는 한 목회자 자녀가 길을 가다 쓰러진 60대 행인을 살려내 화제다. 사연의 주인공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장년대교구장 김민철 목사의 장녀인 김혜민(18)양.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8일 이 같은 사연을 알리며 하루 뒤인 29일 주일예배에서 이영훈 목사가 김양에게 교회 차원의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따르면 인천 작전여고에 다니는 김양과 그의 친구 3명은 지난해 12월 23일 저녁 인천시 계양구의 한 도로를 지나다 60대 남성이 갑자기 쓰러진 장면을 목격했다. 평소 심부전증을 알고 있던 이 남성은 경련을 일으키더니 입술이 파랗게 변했고 숨도 제대로 쉬지 않았다고 한다. 망설임 없이 이 남성에게 다가간 김양은 침착하게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고, 그의 친구들은 119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김양은 다른 시민과 번갈아 CPR을 진행했고, 3분이라는 ‘골든타임’을 지킨 덕에 쓰러졌던 남성은 살아날 수 있었다.

김양은 “평소 아버지께서 이웃을 섬기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라 가르쳐주셨던 만큼 차도에 쓰러진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무섭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함께였고, 학교 내 보건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배운 CPR을 실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어난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CPR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그날도 학교 축제 동아리 부스에서 친구들에게 CPR을 알려주고 오던 길이였다”며 “위급한 사람을 살리게 될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김양(왼쪽 첫 번째)이 학교 보건동아리에서 응급 처치 연습 중인 모습.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올해 고3이 되는 김양의 꿈은 간호사다. 몸이 아픈 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며 복음을 전하는 게 김양의 바람이라고 한다. 목회자 자녀로서 교회에서 찬양반, 학생회장 등으로 봉사하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양의 부친 김 목사는 “딸의 선행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며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으니 어딜 가든지 어느 자리에서든 예수님을 알리고 향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길 원했는데 기특하다”고 전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지난 16일 김양을 비롯해 그의 친구들인 김서윤 신소원 안예빈양에게 ‘의롭고 용감한 학생’ 표창장을 수여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