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장동 비리’ 물을 것 방대한데…李 “진술서로 갈음하겠다”

입력 2023-01-28 12:30 수정 2023-01-28 12:5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위례·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당시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이 대표가 받는 배임 및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관련 조사할 내용이 방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28일 이 대표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수사팀은 많은 양의 질문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진술서로 갈음하겠다”고 밝히고 조사실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공개한 검찰 진술서 서문에서 “어떠한 합리적 소명도 검찰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고, 기소를 합리화하기 위해 제 진술을 비틀 것”이라며 A4 용지 33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하는 대신, 진술을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부당 기소에 대한 정당한 방어권”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을 당시에도 6쪽 분량 진술서를 내고 일부 질의에 서면으로 갈음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사업이 약 10년간 진행된 만큼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물을 내용이 많아 2회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의혹의 정점인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는 건 2021년 9월 의혹이 불거진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이 대표가 위례·대장동 사업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개입했었는지, 두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의 책임 범위가 이 대표에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에 수사의 방점이 찍혀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시 신흥동 1공단 공원화라는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민관 합동 개발과 토지 수용 방식, 1공단 공원사업 분리 등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사업 방안을 승인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지난 12일 ‘대장동 일당’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대표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수익 절반을 제공받는 방안을 측근들에게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내용도 명기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들은 해당 수익 428억원 가량이 이 대표 측을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에게 제가) ‘금고지기다’, ‘시장님 저에게 잘 보이셔야겠어요’라고 농담 삼아 말한 적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처구니 없는 일, 사필귀정할 것”이라는 짧은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입장문을 꺼내들고 “정적 제거를 위해서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현장”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입장문에는 여러 문구를 볼펜으로 수정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