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윤 대통령과의 연애담을 털어놓는 등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27일 한남동 관저에 국민의힘 여성 의원 10명을 초청해 연 오찬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냐’는 질문을 받고 “윤 대통령이 솔직하고 정이 많다”며 “윤 대통령이 추운 날 얇고 다 해진 잠바를 입은 걸 보고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은연중에 ‘결혼을 못 할 것이다. 안 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남자(윤 대통령)를 만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진정한 사랑을 느꼈다”며 “저보다 눈물도 많고, 저와 정반대로 요리도 잘하고 마음도 여린 것을 보면서 그 사람의 진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니면 남편을 구제해줄 사람이 없었지 않겠냐”고 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없이 단독으로 정치인과 공식 만남을 가진 건 처음이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지난 대선에서 의원들이 윤 대통령을 도운 것에 감사함을 전하고 해외순방 성과, 사회적 약자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제가 사람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편하게 말씀해 달라”며 운을 띄웠다. 사회적 약자 문제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김 여사는 “제가 평소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 분들을 만나는 것을 많이 하고 싶었다. 앞으로 좀 더 많이 다니면서 그분들을 만나겠다”며 “낮은 곳에 가서 위로하는 자리를 좀더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
참석자 중 한 명이 김 여사에게 소록도에 생긴 병원 방문을 제안하자, 김 여사는 “안 그래도 예전에 (한센병 환자들이 많은) 소록도에 가보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병원 방역 문제로 못 갔다. 그게 괜찮으면 가보고 싶다”고 답했다.
김 여사는 의원들에게 일일이 칭찬을 하고 자녀들의 안부를 묻는 등 친화력을 보였다고 한다. 김 여사는 “여성들이 사회생활도 하고 가정도 살펴야 하는데 참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여성들이 자유롭게 사회활동을 하고, 자아실현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최근 많이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 순방에 동행했을 때의 일화도 소개했다. 김 여사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을 방문했을 때 과거 관련 작품을 전시 기획을 했던 경험이 떠올라 무척 즐거웠다”며 웃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코바나콘텐츠 대표로 2017∼2018년 서울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을 기획했다.
김 여사는 해외순방에서 자신이 들었던 국내 디자이너의 19만원짜리 친환경 브랜드 가방이 이목을 모으며 품절 사태까지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에게 활동비가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비싼 제품은 사지도 못한다”며 “국내 디자이너들이 만든 중저가 의류나 장신구, 가방을 쓰는 것이 저는 더 좋다. 제품이 해외에 알려지면 좋은 일 아니냐”고 얘기했다.
김 여사는 오찬이 끝날 무렵 의원들에게 “자주 뵈었으면 좋겠다. 언제든지 오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오찬 자리에서 전당대회나 다른 정치 현안 이야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모임은 김 여사가 지난 2일 윤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여성 의원님들만 따로 한번 모시겠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오찬 메뉴는 짜장면, 칠리새우 등 중식이었다.
이날 참석자는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명(김미애·김영선·김정재·배현진·양금희·이인선·조은희·황보승희)전원과 비례대표인 조수진 의원이다. 이날 오지 못한 비례대표 여성 의원들은 오는 30일 김 여사와 오찬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