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증축으로 호텔 주변 골목을 좁혀 이태원 참사 규모를 키웠다는 혐의를 받는 해밀톤호텔 이모(76) 대표이사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불법 건축물 적발 뒤에도 9년 간 이행강제금을 내며 ‘배짱 영업’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서부지검은 해밀톤호텔 본관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에서 정식 재판에 회부하는 구공판 처분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호텔 별관 1층에 있는 주점인 프로스트 대표 등 호텔 임차인 2명과 호텔 운영 법인 1곳, 임차 법인 1곳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구공판 처분했다. 프로스트 대표 외 또 다른 임차인 1명은 검찰 단계에서 새로 입건·기소됐다.
검찰은 다만 이 대표가 호텔 운영 법인이 임차인의 불법 건축물을 방조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고의가 없다고 판단,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이태원 참사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총 17명(법인 포함)으로 늘었다.
해밀톤호텔은 2013년 불법 건축물이 적발됐음에도 총 5억553만3850원 이행강제금을 내며 시정조치 없이 버텨왔다. 적발 건수는 2021년까지 9년 간 본관 3건, 별관 4건 총 7건이다. 본관과 관련한 이행강제금은 1억3996만9700원, 별관은 3억6556만4150원이다.
참사가 벌어진 호텔 옆 내리막길과 연결되는 본관 뒤편 테라스 확장으로 낸 이행강제금은 397만680원으로 집계됐다. 매년 평균 5600만원 가량의 벌금을 내고 ‘배짱 영업’을 이어온 셈이다.
이행강제금은 위반건축물로 적발됐을 때 구청의 1·2차 시정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부과된다. 동일인이 3년 이내 2회 이상 적발되면 금액은 배로 불어난다. 하지만 해밀톤호텔 측은 이를 감수하고 위반사항을 시정하지 않은 채 이행강제금을 내며 버텨왔다.
해밀톤호텔의 무단 증축으로 참사 현장인 골목이 좁아졌고, 인파가 몰리는 병목현상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밀톤호텔 건축물대장을 보면 호텔 본관 후면의 17.4㎡ 규모 테라스, 맞은편의 호텔 별관 1·2층 등이 무단으로 증축됐다. 골목과 맞닿은 호텔 옆면에도 가벽 등이 설치돼 폭 4m 이상이던 골목이 3.2m까지 좁아졌다.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난해 11월 저층부에 무단 증축한 사례를 적발해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제대로 조처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뿐 아니라 고발 등 강도 높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