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남녀별 채용·근로 상태를 공시하게 하는 ‘성별근로공시제’가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기업에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인공임신중절(낙태) 사각지대를 줄이는 한편 강간죄 구성요건을 완화하는 등 성폭력 처벌 부문에서 변화도 있다.
정부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시행되는 계획이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은 “노동시장과 돌봄, 안전 분야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에서 양성평등정책의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과제를 발굴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성별근로공시제다. 채용 단계부터 근로, 퇴직 단계까지 성비를 공시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윤수경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올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에 의무 적용하고 2025년부터는 500인 이상 대기업에 적용한다는 게 국정과제 상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성차별 개선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미 2014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고용형태공시제를 실시해 남녀 피고용자 수를 제공하고 있다. 성별근로공시제는 채용·근로·퇴직 단계별 정보를 제공하는 점, 대상을 500인 이상 기업으로 한정한 점에서 다르다. 하지만 2020년 기준 500인 이상 사업장 종사자는 전체 12.7%에 불과하다.
정부는 또 인공임신중절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도 지원키로 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지만, 이후 새로운 법이 통과되지 않아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불법 유통되는 임신중절의약품 단속을 강화하고 여가부·보건복지부는 임신 갈등 관련 상담을 늘릴 계획이다.
성폭력 처벌에도 변화가 있다. 형법 제32장 ‘강간 및 추행의 죄’를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죄’로 이름을 바꾸고 제297조 강간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을 추진한다. 성폭력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의 과거 성이력 증거가 채택돼 2차 가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금지조항 신설도 검토한다.
공공기관은 기관장 성폭력 사건 시 여가부 장관에게 재발방지책을 의무 제출하는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고 소속 직원이 성범죄를 저지르면 수사기관이 해당 기관에 통보토록 한다.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차면 배달라이더나 대리기사 등 특정업종에서 일할 수 없게 하고, 메타버스 등 온라인상 성폭력 양상을 반영해 성적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은 성폭력도 처벌하게 할 방침이다. 스토킹처벌법에서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도 추진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