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해외에 유출한 일당이 특허청과 검찰의 공조로 법정에 서게 됐다.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 대전지검은 반도체 웨이퍼 연마(CMP) 관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국내 대기업·중견기업 전 직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컴퓨터나 업무용 휴대전화로 회사 내부망에 접속, 반도체 웨이퍼 연마 공정도 등 회사의 기밀자료를 열람하면서 개인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해 이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한 자료 중에는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 및 연마패드 관련 첨단기술을 비롯해 국가핵심기술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범인 A씨(55)는 한 반도체 관련 회사에 근무할 당시 임원 승진에 탈락하자 2019년 6월 중국 업체와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CMP 슬러리) 제조사업 동업을 약정했다.
그는 해당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메신저 등으로 중국 사업을 관리했고, 다른 회사 연구원 3명을 스카우트해 중국으로 이직시켰다. 2020년 5월부터는 중국 업체의 사장급으로 이직해 근무했다.
첩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기술경찰은 기술을 유출한 증거를 확보하는 한편 이들이 귀국했을 당시 모두 출국을 금지시켜 중국 업체로 복귀하는 것을 막았다.
이후 A씨 등 주범 3명을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나머지 3명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기술경찰이 최초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한 사례다.
대전지검은 이들을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위반 혐의 등으로 모두 기소했다.
피해기업 3곳은 모두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로 시가총액 합계가 6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곳 중 규모가 가장 작은 업체는 기술유출 때문에 1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시형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앞으로 대전지검,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등 유관기관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향후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도 공조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우수 반도체 연구 인력이 해외로 이직하거나 기술유출의 유혹을 받지 않도록 특허청 심사관으로의 재취업 기회를 제공해 기술범죄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3월 설립된 특허청 기술경찰은 공학·약학·법학·디자인 박사, 변호사, 변리사, 포렌식전문가, 심사·심판경력자 등 분야별로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수사관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기술범죄수사지원센터’를 신설하는 등 기술범죄수사에 특화된 과학수사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