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고물가‧고금리 국면에서 소비가 감소하고 세계적인 수요 둔화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진 결과다. 다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1분기 플러스 성장 전환을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직전 분기 대비 속보치가 –0.4%로 집계됐다고 26일 발표했다. 마이너스 분기 성장률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던 2020년 2분기에 –3.0%를 기록한 뒤 10분기 만의 일이다. 기간으로 2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한국 경제는 2020년 1분기(-1.3%)부터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그해 3분기(2.3%)부터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후 9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1분기 0.6%, 2분기 0.7%, 3분기 0.3%로 최근 성장률은 1%를 밑돌았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6%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전망치와 일치했고, 4.1%를 기록했던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2020년 연간 성장률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0.7%에 머물렀다.
지난해 4분기 민간 소비는 –0.4%로 나타났다. 가전제품, 의류‧신발 같은 재화와 숙박‧식음료‧오락‧문화 같은 서비스에서 소비가 줄어들었다. 설비투자는 2.3% 증가해 지난해 3분기(7.9%)보다 둔화세를 보였다.
추 부총리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인상 등으로 세계적으로 실물경제 어려움이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 일시적 요인이 겹쳐 지난해 4분기 GDP가 -0.4%의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대외의존도가 높은 주요 국가보다는 역성장 폭이 작은 수준”이라며 “연간으로는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잠재 성장률을 상회하는 2.6% 성장률을 기록하며 주요국에 비해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추 부총리는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저효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및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