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연봉 50% 성과급.’
30대 직장인 A씨는 25일 출근길에 정유업계 성과급 관련 뉴스를 보고 씁쓸함을 느꼈다. 설 연휴 후 오랜만의 출근이지만 그대로 다시 집으로 가고 싶었다. A씨는 “개별 기업의 성과급에 대해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사이에서 정유업계 성과급 규모가 관심사다. 지난해 산업계의 전반적 불황에도 정유업계는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줬거나 지급을 예고한 상태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기본급 10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GS칼텍스는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지난해 경영실적 달성에 대한 성과급으로 기본연봉의 50%를 1월 27일에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직 성과급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도 비슷한 수준에서 성과급이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의 이윤을 구성원과 나누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을 접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 경기가 이를 더욱 가중 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정유업계만 다른 세상에 산다”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지난해 커리어 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907명을 대상으로 ‘성과급과 성과 보상체계’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4명 중 1명만 성과급을 받았다. 기업 유형별로 차이가 컸는데, 대기업 재직자는 절반이 넘는 57.1%가 성과급을 받았으나 중견기업 재직자는 35.5%, 중소기업 재직자는 23%만이 성과급을 받았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성과급은 우리랑은 관련 없는 얘기다. 역시 기름집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제때 월급 나오는 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 기업 규모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2021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이사 기업은 1인당 월평균 상여금 및 성과급은 138만원이었다. 300인 미만 기업은 32만7000원에 불과했다. 법정 외 복지비용 역시 300인 미만 기업은 평균 15만5000원으로 300인 이상 기업 평균 36만4000원의 42.6%에 그쳤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가장 두드러진 항목은 상여금 및 성과급과 복지비용”이라며 “경기가 어려울수록 이 차이에 대한 체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