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김 의원은 이날 나 전 의원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뇌에 찬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나 전 의원의 결단은 지난 20여년간 오직 한길, 한마음으로 우리 당을 지킨 애당심을 바탕으로 총선 승리 및 윤석열정부 성공이라는 국민 염원을 실천하려는 자기희생으로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 전 대표는 당의 분열과 혼란을 막기 위한 선당후사와 화합과 단결이라는 우리 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비전을 제시했다”며 “희생과 헌신을 전제로 한 그 진정성에 모든 당원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제 우리 당이 나 전 대표의 희생적 결단에 화답해야 할 차례”라며 “갈등과 분열을 넘어 연대하고 포용하는 화합의 정신이 절실하다. 변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두고 ‘애당심’ ‘선당후사’ ‘희생과 헌신’ ‘진정성’ 등을 언급하며 화합과 단결을 강조한 것은 나 전 의원 지지층 흡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반면 반윤(반윤석열)계로 대표되는 안 의원은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놨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거론하며 “안타깝고 아쉽다. 출마했다면 당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전당대회에 국민들의 관심도 더 모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 전 의원이 밝힌 낯선 당의 모습에 저도 당황스럽다”면서도 “나 전 의원이 던진 총선 승리와 당의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까지 포함한 3파전을 거쳐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노려왔던 안 의원으로서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나 전 의원 사태를 겪으며 당내 친윤계가 결집하는 등 안 의원에게 여러모로 불리한 국면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윤상현 의원은 “어렵고 힘든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다만 “당원들의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한 초선의원들의 ‘집단린치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여전히 국민의힘에 만연하는 뺄셈 정치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나 전 의원이 출마 여부를 고심할 당시 초선 의원들이 연명서를 돌려 사실상의 불출마를 압박했던 일을 거론한 것이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에 내재된 고질적이고 병폐적인 뺄셈 정치의 DNA를 혁파시키고, 이익집단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투철한 이념 정당으로 세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인해 생긴 수도권 대표론의 빈자리를 저 윤상현이 채우겠다”며 “김기현, 안철수, 그리고 윤상현의 3자 구도로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