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원거리 고교배정이 올해도 반복돼 해당 학생·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평준화 선발 중인 일반고 배정이 최근 발표된 이후 근본적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고조된 상황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20일 1만 2745명의 일반고 배정에서 상당수 예비 고1 학생들이 비교적 거리가 먼 학교로 잇따라 배정돼 향후 개선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나이스(NEIS) 고입 시스템과 시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 2023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배정이 그동안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원거리 배정을 비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반고 배정 결과 광산구 학생 950여 명이 북·서구 관내 원거리 학교에 배정받고 이와 비슷한 숫자의 북·서구 학생들은 남·동구 고교로 어쩔 수 없이 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 5개 자치구 중 북구에 이어 상주인구가 2번째로 많은 광산구의 경우 관내 중학교가 26곳인데 비해 고교는 절반 이하인 11곳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광산구 중학교 졸업생들은 불가피하게 거리가 먼 다른 자치구 고교에 입학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연쇄 이동도 뒤따라야 한다.
여기에 대학 입시·내신성적에 유리한 특정 공립·사립고 등으로 지원자가 쏠리거나 사학비리 논란에 휩싸인 특정고 기피 현상도 여전히 두드러졌다.
올해는 2007년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학생들의 고교진학 영향으로 광주지역 고교 배정 학생 수가 전년보다 1277명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시교육청은 일시적 고교 신입생 증가에 따라 2023학년도 22개 고교에 27학급을 증설한 바 있지만, 원거리 배정에는 역부족이었다.
특정고 선호 또는 기피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 사립 명문고로 꼽히는 학교에는 지원 학생이 대거 몰린 반면 교사 보복해임 등의 문제가 불거진 학교는 3년째 미달 사태에 직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시교육청은 중학교 졸업 예정자가 스스로 선택한 선지원·후지원 학교 가운데 무작위 전산 추첨을 통해 배정했을 뿐 강제 배정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학교와 고교 위치 분포가 고르지 않아 근거리 학교 배정을 받지 못한 사례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모 교교에 둘째 아들이 배정된 한모(45)씨는 “대학입시 공부도 힘들 텐데 집에서 매일 1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반복해야 한다는 게 적잖은 부담”이라며 “근거리 배정이 왜 안 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선·후 지원에만 의존해 100% 학생을 배정하는 현재 방식보다는 근거리 배정을 늘리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새 고교배정 방식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종근 시교육청 교육국장은 “교육단체와 학부모,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 배정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신중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