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신고 옛 연인 살해 시도…7차례 신고에도 ‘경고’만

입력 2023-01-25 11:46 수정 2023-01-25 12:15
국민일보DB

스토킹 신고를 한 옛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여성은 1년 전부터 이 남성을 스토킹 등 혐의로 7차례나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 피해 여성 의사에 따라 매번 분리나 경고 조치만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A씨(53)를 체포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4일 오후 7시28분쯤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한 음식점에서 옛 연인 B씨(56·여)의 목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음식점 업주인 B씨는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과 얼굴 등 몸 여러 곳을 찔려 중상을 입었다. A씨는 당시 음식점 인근 골목길에서 행인 3명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B씨는 사건 발생 1시간여 전인 오후 6시15분쯤 “A씨가 계속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협박과 욕설을 한다”며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지구대 경찰관은 B씨를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은 뒤 경고 조치 요청을 받았다. 이에 지구대 경찰관은 A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앞으로 스토킹을 또 하면 형사 입건하겠다”고 경고하고 문자메시지로 경고장을 보냈다. 또 스토킹 범죄를 담당하는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에 신고 내용을 보고했다.

이후 A씨는 여청수사팀이 재범 위험성을 검토하는 사이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B씨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경찰에서 “B씨와 2년 정도 사귀다가 지난해 11월쯤 헤어졌다”며 “스토킹으로 신고한 것에 화가 나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B씨는 지난해 2월부터 그동안 7차례나 스토킹 등 혐의로 A씨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경찰은 매 신고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 의사에 따라 분리나 경고 조치만 했다.

B씨가 강력한 처벌 의사를 밝혔던 지난해 11월에는 A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형사 입건됐다. 그러나 경찰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B씨가 입장을 번복하면서 A씨를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경찰이 적극적으로 신변보호 조치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법무부와 정치권은 스토킹 처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찰은 앞으로 A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추가로 확인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그동안 왜 계속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