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험담하고 피해사실 퍼뜨린 가해자… “2400만원 배상”

입력 2023-01-24 15:00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2차 가해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조규설 부장판사는 성폭력 피해자 A씨가 가해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2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성희롱·강제추행은 1700만원, 부당지시는 200만원, 2차 가해에 대해서는 500만원을 각 배상하라고 했다.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팀장급 군무원으로 일하던 B씨는 2021년 1월 직위해제됐다. 같은 부대 계약직 군무원 A씨에게 2019년 8월부터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하고, 피해자의 귀와 머리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다는 이유였다. 군은 2020년 10월 B씨를 피해자와 분리해 분청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했는데, 그는 그때부터 “신고자가 누구인지 짐작이 간다”며 A씨를 험담하고 성추행 피해 사실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며 가해 사실과 사건 진행 상황을 누설했고, 별도의 대응자료를 만들어 부대원 수십명에게 전파했다. 부대원들에게 사건과 무관한 A씨 소문을 유포하기도 했는데 허위 사실이었다. A씨는 이 같은 2차 가해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했다. B씨는 성폭력 가해자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4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민사 재판부는 B씨가 성희롱·강제추행·부당지시에 더해 2차 가해로 인한 정신적 피해까지 A씨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조 부장판사는 “2차 가해로 원고의 신원과 강제추행·성희롱의 구체적 내용까지 직장 구성원들이 알게 됐고 좋지 않은 소문이 생겼다”며 “A씨는 직장 구성원의 수군거림에 우울증·좌절감 등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B씨는 형사 재판 과정에서 사건과 무관한 A씨 소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서를 부대원들에게서 받아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조 부장판사는 “B씨 형사판결문에도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기재돼있다”며 “A씨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B씨에게는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