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분명 검찰의 시대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검사 출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인지 그 어느 때보다 정부 요직에 검사 출신 중용 경향을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 편향적인 극히 일부 검사에 국한된 이야기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격무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배당된 사건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행여 사건 처리를 더디게 하거나 실수라도 할라치면 부장검사 등 상사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진다.
고 김홍영 검사도 그랬다. 김 검사는 2015년 4월 1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임관해 2016년 5월 18일 사망할 때까지 휴가나 병가를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게다가 휴일의 절반가량을 출근했고, 특히 2016년 5월 5일부터 8일까지 4일 연휴 동안 3일을 출근했다. 그리고 사망 직전 3일 동안 근무한 시간이 무려 50시간으로 하루 평균 16.6시간이나 된다. 그럼에도 김 검사는 상사인 김대현 전 부장검사로부터 일처리가 늦고 보고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수시로 질책을 들었으며, 폭행을 당하거나 모욕적인 말까지 들어야 했다. 이에 김 검사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처음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대검찰청은 감찰을 거쳐 김 전 부장검사가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한 사실을 파악하고 해임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었는지 형사처벌할 정도는 아니라고 쉽게 판단하고 고발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러자 대한변호사협회가 나섰다. 2019년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강요·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이에 미적대며 수사를 미루던 검찰은 마지못해 2020년 10월에 폭행 혐의만 적용해서 기소했다.
재판에서 김 전 부장검사는 줄곧 “김 검사를 지도하고 감독하는 과정이었으므로 폭행의 고의가 없었고, 김 검사가 극단적 선택은 한 원인은 업무가 과중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2021년 7월 6일에 “우리 사회가 부모, 직장상사, 군대, 운동부의 폭력 등을 수차례 경험하면서 폭언, 폭행 등의 폭력이 지도·감독의 수단이 될 수 없다. 김 전 부장검사가 다른 검사들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김 검사를 폭행한 것은 단순히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계 상황에 있던 김 검사에게 심대한 정신적 충격을 주었을 것이고, 이는 결국 김 검사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주요 원인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또 1년 6개월여가 지난 최근에야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의 행위는 우리 사회가 근절해야 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고, 촉망받는 검사도 이를 피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결과에 이르러 사회에 충격을 줬다. 그럼에도 김 전 부장검사는 김 검사를 폭행한 사실을 부인하는 등 진심으로 반성하거나 유족에게 사과하는 모습도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사건 처리 등 실적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하급자의 인격을 희생시키는 상명하복 조직문화에 젖어 김 검사를 좀 더 엄격하게 지도하겠다는 의도로 이 같은 행위를 한 게 아닌가 싶다”며 1심보다 형량을 4개월 줄인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무려 7년 8개월여가 지나서야 비로소 김 검사를 괴롭혔던 김 전 부장검사가 법정구속된 것이다.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일말의 정의는 실현된 느낌이다. 서운은 좀 하겠지만, 김 검사도 저세상에서 약간의 위안은 느꼈으리라.
그러나 힘을 가진 자에 대한 정의 실현을 이토록 힘들게 만드는 현실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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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