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건설 불법행위’ 현장조사… 노조 전면 압박

입력 2023-01-23 10:44 수정 2023-01-23 10:48
경찰이 건설현장 불법행위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압수수색을 시작한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에서 노조원들과 경찰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최현규 기자

건설노조의 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던 국토교통부가 이번엔 직접 현장 조사에 돌입한다. 타워크레인 월례비와 노조 전임비 지급 강요 등 불법행위 신고가 접수된 현장 중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곳이 첫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전국 5개 국토관리청 전담팀이 설 연휴 직후부터 문제 건설현장을 찾아가 조사를 시작한다고 23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제 수동적 조사에서 벗어나 직접 건설현장 관계자 인터뷰에 들어갈 것”이라며 “현장을 돌아다니며 선제 조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잡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장 조사는 국토부가 서울·원주·대전·익산·부산 국토관리청에 만든 ‘건설현장 불법행위 대응 전담팀’이 맡는다. 국토부는 기존 국토관리청 인력에 더해 본부에서 2∼3명씩 파견해 인력을 보강했다.

전담팀은 각 지역 지방경찰청과 고용노동부 지청, 공정위원회 지역 사무소와 협력해 현장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토부와 별개로 LH 공사현장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의 금품 요구, 채용 강요와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공사 지연 비용이 아파트 분양가 등에 그대로 전가된다는 게 정부 측 판단이다. 원가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레미콘 가격 등 상승 폭이 지나친다고 봤다.

국토부는 건설노조의 금품·채용 요구를 막기 위한 법 개정도 논의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인력), 건설기계관리법(레미콘·타워크레인 등 장비)과 고용노동부의 채용질서법 등 개별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행정법상 근거를 통합해서 담는 특별법 제정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건설사의 경우 최근 4년 동안 현장 18곳에서 월례비 명목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38억원가량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 ‘노조 전임비’를 내라는 요구를 받고 10개 노조에 월 1547만원을 낸 건설사도 있었다. 노조의 불법행위로 공사 지연이 발생한 현장은 총 329곳이었고 길게는 120일까지 공사가 늦어진 곳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주 동안 전국 1494곳 건설현장에서 불법행위 2070건이 신고됐다.

수사 기관 역시 건설노조를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경찰은 건설 현장 불법 행위와 관련한 혐의를 포착해 설 연휴를 앞두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9일 오전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과 한국노총 건산노조 서울경기지부 사무실 등 8곳을 압수수색 했다.

앞서 경찰은 건설 현장에서 노조 가입을 명목으로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금품 수수를 하는 등의 불법 행위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여왔다. 이날 압수수색 역시 경찰이 건설 현장 불법 행위와 관련한 혐의를 포착해 관련 증거를 들여다보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