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의 슬픈 설날…“그곳에서 편히 쉬렴”

입력 2023-01-22 17:17
설날인 22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합동 차례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있다. 뉴시스

설날인 22일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 단체가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인을 추모하며 합동 차례를 지냈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 등 8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희생자 영정 앞에 합동 차례상을 올렸다.

차례상에는 희생자들이 생전 좋아했던 과자, 피자, 맥주, 육포, 카페 음료, 갈비 등이 올랐다.

원불교,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4대 종단의 추모 기도와 함께 유가족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설날인 22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합동 차례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 대표는 “예년 같으면 가족과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울 한때였겠지만 그러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세배도 받아야 하는데 더는 그러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민 협의회 부대표는 “아이들의 억울함이 밝혀지지 않는 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살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내년 설에는 가족들이 모여서 아이들을 진정 기쁜 마음으로 보내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울먹였다.

고(故) 김수진 씨의 어머니 조은하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너는 엄마의 짐을 덜어주고자 결혼 준비를 참 알뜰하게 하던 예쁜 딸이었다”며 “너를 만질 수도, 만날 수도 없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짧은 너의 생이 안타깝고 못내 아쉽지만, 이제는 다 내려놓고 그곳에서 마음 편히 쉬길 바란다”며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들은 서로를 안고 오열했다. 영정 사진 속 얼굴을 만지며 흐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합동차례는 4대 종교인, 일반 시민의 헌화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