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가 ‘대장동 사업 관련 자신의 지분 절반 정도를 주겠다’고 했다”는 내용을 보고 받고 승인했다는 내용이 ‘대장동 의혹’ 민간업자들의 공소장에 적힌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이같이 말했고, 유씨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하자 이 대표가 승인을 했다는 게 적시된 공소사실이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김씨 등 ‘대장동 일당’ 5명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들의 대장동 로비 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적었다.
검찰 수사 결과 김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는 2015년 2∼4월 민간업자 내 이익 배당을 논의한 뒤 ‘김만배 49%, 남욱 25%, 정영학 16%’ 형태의 분배 비율을 정했다. 이때 김씨는 유씨에게 ‘이재명 시장 측에 자신의 지분 절반가량을 주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며 금액 교부 계획을 전했다고 한다.
검찰은 유씨가 정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이런 방안을 보고해 승인받았다고 적었다. 김씨가 이 대표 측에 ‘지분 절반’을 약속했다는 것은 그간 김씨 본인의 주장으로만 알려져 왔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했다는 사실이 공소장을 통해 처음 드러났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정진상·김용·유동규 등 이른바 ‘측근 그룹’을 시 안팎의 주요 직위에 배치하고 힘을 몰아준 결과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과의 유착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0년 시장 취임 후 정 전 실장을 정책비서관에 임명해 공약과 정책 집행을 직접 관리하게 하고, 시와 산하기관 제반 업무도 보고받게 했다. 김용씨는 이 대표의 도움으로 공천을 받아 성남시의회에 입성한 뒤 각종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의회 의결을 도왔고, 유씨는 대장동·위례신도시 등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이 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세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놓은 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했다고 봤다. 특히 유씨에게 지위가 넘는 권한이 부여됐다는 판단이다. 시 주무 부서나 상사인 공단 사장을 건너뛰고 이 대표나 정 전 실장에게 직접 보고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포괄적인 실무 권한이 주어졌고, 임명 몇 달 뒤에는 유씨가 공단 이사장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인사 규정에서 삭제됐다. 검찰은 이 조치가 모두 이 대표에 의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추진위원들에게 “유동규의 말이 내 말이다”라며 유씨에게 관련 민원을 이야기하게 하기도 했다. 검찰은 실권을 얻은 유씨가 이후 남씨 등 민간업자들과 이 대표를 잇는 역할을 했다고 봤다.
공소장 곳곳에는 이 대표가 민관 합동 개발이나 토지 수용 방식 등 민간업자들이 원하는 사업 방향을 직접 승인했다는 내용도 적혔다.
이 대표는 2014년 시 관계자들이 대장동·1공단 결합 개발 업무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맡기는 운영계획을 보고하자 “시행자는 공사 또는 공사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지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공사에 업무를 위탁하라”는 지시를 따로 써넣으며 결재했다.
또 1공단 공원화 공약 이행을 임기 안에 완료하기 위해 민간업자들이 원하는 대로 수용 방식에 의한 사업 추진을 강행하라고 지시했고, 공동주택 부지 용적률 상향과 임대주택 비율 하향 등 다른 요구사항도 들어주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중간보고회에서는 민간업자들의 이익 극대화 방안을 계획에 반영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처럼 유착 관계를 형성하면서 대장동 일당이 약 4054억원의 택지 분양 이익을 봤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아파트 분양 이익으로는 약 3691억원을 얻었고, 김씨는 자산 관리 위탁 수수료 명목으로 약 141억원도 벌었다고 봤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이 총 7886억원에 이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대표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검찰 소환에 출석 의사를 밝히며 “아무 잘못도 없는 제가, 또 오라고 하니. 제가 가겠다”며 “민간개발을 하지 않고 공공개발해 개발 이익을 조금 더 환수하려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