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낮밤없이 불 켜둔 美고교…“수리할 줄 몰라서”

입력 2023-01-22 00:03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장난 조명 시스템을 수리하지 못해 1년 반 동안 조명 7000여개를 24시간 켜둔 사실이 전해졌다.

NBC는 19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윌브러햄에 있는 미네쇼그고등학교가 기술적 이슈로 조명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세금 낭비’ 논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시골 마을의 유일한 고등학교로 1200여명이 재학 중인 학교는 2012년 새 건물을 지으면서 에너지 절약형 조명 자동 점멸 시스템을 구축했다. 교내에 설치된 수많은 조명을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관리하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구상에서였다.

그러나 2021년 8월 말, 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겼다. 낮에는 조명이 꺼지지 않고 밤에는 심지어 더 밝아지는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에너지 낭비는 물론이거니와 지나치게 밝은 조명으로 일과시간에 시청각 자료 시청이 어려워지는 등 수업에도 지장이 빚어졌다.

급기야 교체 가능한 몇몇 조명은 교사들이 손으로 돌려 빼는 식으로 아예 제거하기도 했다.

매사추세츠주 윌브러햄의 미네쇼그고등학교. 미네쇼그고등학교 홈페이지 캡처

학교 측은 조명 시스템을 여러 차례 수리하려 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 시스템을 설치한 회사에 문의하려 했지만 이미 여러 차례 회사 경영진이 바뀌고 회사명도 바뀌는 등 변화가 있어 난항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업체와 연락이 닿은 학교 측은 수리를 요청했으나 이 시스템을 잘 아는 기술자를 물색하는 데 또 몇 주를 허비해야 했다. 이후 2021년 11월, 수리용 부품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를 찾아 부품을 주문했으나 이번엔 공급망 마비 때문에 배송 지연을 맞닥뜨렸고 아직 수리는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결국 내달 중국에서 부품이 온 후에야 조명 시스템을 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햄프던-윌브러햄 교육청의 재정 담당자인 에런 오스본 국장보는 “조명 때문에 많은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평균 수만 달러까지는 아니고 수천 달러가 조명 고장으로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나마 조명이 LED 등 에너지 절약형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