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청와대 시절 에피소드를 담은 책 ‘미스터 프레지던트’를 출간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서 단 한 번도 칭찬을 들은 적이 없다며 “많이 서운했다”고 말했다. 그가 오래도록 품었던 서운함에 대한 대답이 최근 문 전 대통령에게서 나왔다.
탁 전 비서관은 19일 페이스북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나 산책하며 편하게 담소한 내용을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의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방문한 탁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통령이) 유채꽃밭을 지나 온갖 작물이 자라는 텃밭을 보여주시더니 산책을 하자고 하셨다. 전에 없이 웃음이 많아지셨다”고 했다.
탁 전 비서관은 “왜 한 번도 칭찬을 안 해주셨나”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에게서 “안 보는 곳에서는 칭찬을 했는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문 전 대통령은 “탁 교수가 받은 칭찬 전부 내가 바람 잡아준 거야”라며 웃었다고 한다.
탁 전 비서관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탁 전 비서관을 향해 “일을 못 하거나 적당히 중간만 했어도 잘렸을 텐데, 아주 잘하니까 5년 동안 할 수 있었던 거지”라며 “그래도 같이 일한 사람들에게는 일 잘한다는 호평을 들었지 않느냐”고 다시 웃는 얼굴로 말했다고 한다.
탁 전 비서관은 “더는 투정을 부릴 수가 없었다”며 “그저 가져간 책을 대통령에게 드렸고, 에피소드 몇 개를 설명드리고 QR코드 보는 법을 알려드렸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은 몰랐던, 행사의 준비 과정과 대통령 입장 전의 상황을 말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어?’라며 놀라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책이 얼마나 팔릴 것 같냐”고 물은 뒤 “그럼 내 초상권이 있으니 7대 3”이라고 이익을 배분하자고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이에 탁 전 비서관은 “5대 5로 하자”고 답했다.
앞서 탁 전 비서관은 책 출간을 앞두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이) 단 한 번도 칭찬을 들은 적 없었다. 잘했어, 고생했어, 수고했어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하더라”라고 서운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칭찬도 한 두 번 해주셨으면 더 열심히 했을 텐데 많이 서운했다”며 “그보다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저를 편하게 대해주지 않은 점”이라며 알 수 없던 문 전 대통령의 속내를 숙제처럼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탁 전 비서관은 당시 “(문 전) 대통령은 단둘이 있을 때도 저한테 편하게 얘기해보라는 말을 하신 적이 없다”며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 집무실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탁 전 비서관이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 기념식과 행사의 뒷이야기를 기록한 책 ‘미스터 프레지던트’는 지난 18일 출간됐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 1825일 동안 있었던 각종 국가 기념식과 해외 순방 등 국가 행사의 뒷이야기와 문 전 대통령과 저자 사이의 일화 등을 담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