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드라마가 쏘아올린 공…한국어 인기 중국 제쳤다

입력 2023-01-23 07:01
2019년 10월 8일 한글날을 앞두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제28회 외국인 한글백일장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유학생, 해외동포들이 '한글 멋글씨'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어가 세계 언어학습 시장에서 7번째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한류’로 비롯된 K팝과 K드라마 열풍으로 중국어 학습 수요를 제친 것이다.

CNN은 17일(현지시간) 외국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의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어가 중국어를 제치고 세계 언어학습 시장에서 7번째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어는 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파키스탄·브루나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학습한 외국어 자리를 차지해 서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어의 인기 비결이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한류’에 있다고 봤다. CNN은 지난 20년간 한국의 드라마·음악·패션·뷰티·음식 등 문화들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고 전했다. 2021년에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20개의 한국어 기원 단어를 추가하며 “우리는 모두 한류의 정점을 타고 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6월 3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보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손가락 하트는 한국에서 시작돼 ‘K-하트’로도 불린다. 방탄소년단은 아시아인 혐오 범죄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에 초청됐다. 빅히트뮤직 제공

CNN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과 영화 ‘기생충’(2019),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BTS의 등장이 한국어에 관한 관심을 지속해서 불러왔다고 봤다. 특히 이런 현상은 한국 정부가 1990년대부터 음악과 미디어를 통해 ‘한류’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빛을 봤다고 전했다.

영어권 언어 사용자들에게는 한국어가 배우기 어렵지만, 인기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 국무부가 2006년 발표한 ‘외국어 직무수행 평가서’에서는 한국어가 초고난도 언어로 분류됐다. 한국어를 익히는데 약 88주가 필요하다고 미 국무부는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열린 제29회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대회에서 셰러 그레이스 앤씨가 '집순이에서 인싸로'를 주제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어학협회는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등록한 학생이 2002년 5211명에 불과했지만, 2016년 들어서 1만400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영국 현대언어대학 협의회는 2012년부터 6년 동안 한국어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고등학생 수가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어는 같은 기간 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주원 컬럼비아대학교 한국어학부 국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어의 초기와 비교하면 한국 문화와 사회, 그리고 한국어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를 거쳤다”며 “한국어는 더 현대적이고 진보하고 멋지며, 힙(hip·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는 뜻한 언어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