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 오세훈·전장연 면담 무산…“시·정부 고압적 자세로 방치”

입력 2023-01-19 17:02 수정 2023-01-19 18:36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선전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의 설 연휴 전 면담이 무산됐다. 연휴 직후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서울시의 고압적 자세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날짜·장소·방식 등을 모두 시에 맞춰야 한다면 시장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나설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19일 오후 4시 예정됐던 장애인단체 비공개 합동 면담은 전장연의 불참으로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18일 “20일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를 맞아 서울시장 면담 결과에 따라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할 예정”이라고 말한 만큼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도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 4일 서울교통공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오 시장과의 면담을 제안했고, 오 시장은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수락했다. 서울시·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은 5번의 만남을 통해서 면담 방식을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논의가 불발된 가장 큰 원인은 면담 배석자 문제였다. 전장연 측은 단독 면담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이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서울시는 전장연이 모든 장애인 단체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장애인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전장연 측의 단독 면담 요구 이후 17일 공개적으로 “마지막으로 요청한다”며 “19일 합동면담을 제안한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후 전장연이 이를 거부하자 다음날 면담 시간까지 정해서 전장연의 합동 면담 참석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같은 태도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화 요청을 수락 해놓고는 대부분 조건을 서울시에 맞추도록 해, 결국 전장연에서 강수를 둘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서울시나 중앙정부가 고자세로 나가며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교섭에는 내용적인 교섭뿐만 아니라 절차적 태도 문제도 있다. 이것이 소홀하면 내용이 좋더라도 일을 그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장연도 면담 관련 의제를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장연은 탈시설을 비롯한 장애인 권리 예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과장의 면담 참석을 요구했다가, 탈시설 문제를 면담 의제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전전 때 핵심은 탈시설 문제였는데 그것을 논의 안 하겠다고 하면 그냥 사과를 받기 위해 면담을 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며 “전장연이 공동면담에 참여할 것이라면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