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이 선수 라커룸 미제공과 연습장 이용 시간 제한 등으로 선수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개막전은 20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나노 골프&컨트리클럽(파72·6617야드)에서 열리는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50만달러)다.
이 대회는 최근 2년간 열린 대회서 우승한 선수들에게만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일종의 ‘왕중왕전’ 성격으로 치러진다. 올해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 부상 등을 이유로 출전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재미동포 대니엘 강(30)이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골프채널과 골프위크 등 골프 전문 매체들은 일제히 골프장측이 샤워장과 화장실은 마련해준 대신 선수들에게 라커룸을 제공하지 않아 큰 반발을 샀다고 보도했다. 라커룸이 없으면 선수들은 옷을 갈아 입거나 소지품 보관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
이 골프장은 클럽하우스 2층에 여성 라커룸이 있고 1층에는 화장실과 샤워장이 딸린 남성 라커룸이 있는 구조다. LPGA측은 2층을 사용해달라는 골프장측의 제안을 거절하고 선수들의 불편을 이유로 1층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골프장측이 1층 사용에 난색을 표한 것은 지난해 12월 플로리다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남성 라커룸이 일부 파손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선수들의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다. 2021년 메디힐 챔피언십 우승자 마틸다 카스트렌(핀란드)는 “출전 선수들에게 라커룸을 내주지 않은 대회는 처음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참 선수는 “대회에 출전했을 때 대개 골프장은 남성용 라커룸을 내준다. 남성용 라커룸이 여성용보다 더 크고 시설이 좋다. 그런 라커룸에 들어가면 환영받는다는 기분을 느낀다”라며 “회원제 골프장이면 라커 주인이 응원하는 쪽지를 남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반발이 거세자 레이크 나노 골프&컨트리클럽과 LPGA 투어는 뒤늦게 임시 라커룸을 설치해 선수들에게 각각 배정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의 발단은 골프장과 LPGA의 소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LPGA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이 거세다.
라이언 오툴(미국)은 “골프장이나 대회 스폰서한테는 불만이 없다. 이런 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LPGA투어에 화가 난다”고 했다.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브리타니 린시컴, 제시카 코다(이상 미국) 등도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라커룸 뿐만 아니다. 연습장 이용에도 선수들이 혼선을 빚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습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한다는 공지에 선수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것. 이 또한 LPGA 투어와 레이크 나노 골프&컨트리클럽 연습장 관리자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긴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