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협박 때문?’… ‘쌍방울 금고지기’ 귀국 왜 엎어졌나

입력 2023-01-19 04:43 수정 2023-01-19 10:04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동취재

태국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수감 중인 쌍방울 전 재경총괄본부장 A씨가 갑자기 귀국 의사를 철회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쌍방울 금고지기’로 불리는 A씨는 현지 법원에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탄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판 당일 ‘문신 남성’이 나타나 귀국 의사를 뒤집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측이 귀국을 막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당초 현지 법원에 한국에서 성실히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탄원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교도소에서 체중이 10㎏ 이상 빠지는 등 건강이 나빠졌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우니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A씨는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지난해 5월 말 태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도피 7개월 만인 지난달 초 태국 파타야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체포 직후 불법체류 혐의를 부인하며 태국 현지 법원에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던 중 김 전 회장의 체포 소식을 접한 뒤 귀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SBS에 따르면 지난 10일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체포된 지 사흘 뒤 태국 파타야 법원에서 A씨의 불법체류 여부를 가리는 재판이 열렸다. 그런데 재판 당일 온몸에 문신을 한 40대 한국 남성 B씨가 나타나 A씨를 면회하고, 법정까지 들어가 A씨가 귀국 의사를 뒤집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씨는 국내에서 폭력과 마약 사범으로 처벌 전력이 있고, 태국 현지에서는 조폭 행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13일 오전 재판 직전 A씨에게 “형 절대 사인하지 마! 오늘 (한국에) 들어가면 안 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현장에 있던 한국 대사관 직원들에게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B씨가 김 전 회장 측이 선임한 태국 현지 변호사와 함께 A씨 옆에 앉아 A씨에게 계속 말을 거는 모습도 포착됐다.

결국 A씨는 “불법체류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귀국 의사를 번복했고 그에 따라 국내 송환이 미뤄졌다. B씨는 김 전 회장 측 변호사와 함께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를 매일 면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인물인 A씨의 귀국을 김 전 회장 측이 B씨를 통해 저지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태국 당국과 협의해 A씨 송환을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다만 김 전 회장 측 국내 변호인은 B씨 관련 내용에 “김 전 회장 본인이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