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도미노 부도’ 우려… 3년 만에 도산 업체 증가

입력 2023-01-22 06:00

감소세를 보이던 건설사 도산 건수가 지난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건설사의 채무금액잔액(이하 채무보증)은 2년 만에 2.7배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함에 따라 건설업계의 줄도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 건설사 도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정지자 중 건설사업자는 14곳으로 지난해보다 2곳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40곳이던 도산 업체는 2019년 49곳으로 증가했다가 2020년과 2021년 각각 24곳, 12곳으로 급감했지만 3년 만에 흐름이 반전됐다.

폐업 신고도 늘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는 180건으로, 전년 동기(135건)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6위인 우석건설이 부도가 난 데 이어 경남 창원의 중견 종합건설업체 동원건설산업이 지난해 총 22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중소형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대기업집단 건설 계열사 11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9월 말 기준 이들의 채무보증은 250조3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말(90조5485억원)과 비교해 159조4886억원(176.1%) 증가한 수치다. 건설사 채무보증은 공사 시행을 위해 발주처나 입주예정자 등에 제공한 보증이다. 채무보증이 많다는 것은 수주 물량 확대와 신규사업 증가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시기엔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채무보증이 가장 많은 건설사는 현대건설(26조9763억원)이었다. 대우건설(21조2275억원), 현대엔지니어링(19조1034억원), 롯데건설(18조4151억원), KCC건설(13조35억원), 태영건설(12조6467억원)이 뒤를 이었다.

중견 건설사들이 현금 유동성 악화로 줄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주택 경기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빠지고 있고 해외 건설 수주도 재작년 수준에 머무르면서 돌파구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용도가 낮은 건설사 특성상 자금 조달 부담이 다른 업종에 높은 탓에 올해 들어 부도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