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만 19~39세 청년 중 약 13만명이 고립과 은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청년 인구의 4.5%를 차지하는 숫자다.
서울시는 18일 청년이 함께 거주하는 5221가구(청년층 6929명)와 별도의 개별 청년 5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시는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는 청년 중 정서적·물리적 고립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된 경우를 ‘고립청년’으로 봤다.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한 지 최소 6개월이 된 경우는 ‘은둔청년’으로 정의했다.
조사 결과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 비율은 4.5%로 추정됐다. 이를 서울시 인구에 적용하면 최대 12만9000명에 이른다. 고립·은둔 청년 절반 이상인 55.6%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들 중 28.5%는 이러한 생활이 5년 이상으로 장기화된 상태였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실직 또는 취업에 어려움’(45.5%)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심리적·정신적 어려움’(40.9%),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등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움’(40.3%)이 뒤를 이었다.
고립·은둔 청년은 서울시 청년 전체 평균보다 성인기 전후로 더 많은 부정적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기 이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어했던 경험’(62.1%),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57.8%), ‘지인으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 등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기 이후에는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못했거나’(64.6%),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60.7%) 등 주로 취업 실패에 대한 경험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고립·은둔 청년 중 본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보통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64.7%였다. 이는 일반 청년의 응답 31.4%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자신의 신체적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일반 청년(14.2%)보다 3배 이상 높은 43.2%가 나쁘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8명은 가벼운 수준 이상의 우울(이 중 중증 수준 이상은 57.6%)을 겪고 있었다.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5.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43%는 실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3월 안에 고립·은둔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지원 정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토털케어를 할 수 있는 종합 컨트롤타워로서 ‘마음건강 비전센터’를 운영하고, 대학병원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단순 상담이 아닌 체계화된 확장을 하겠다는 목표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고립 청년 실태조사로 유의미한 분석 결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립·은둔 청년이 실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을 마련해 제공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