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욕설 시위를 해 법정에 선 시위자 측이 재판부에 문 전 대통령 부부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욕설 시위로 인해 실제로 공포심을 느꼈는지가 범죄 구성에서 중요하다는 취지다.
시위자 A씨 측 변호인은 17일 울산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김종혁)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문 전 대통령 부부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고소인(문 전 대통령 부부) 측 대리인을 증인 심문하면 된다면서 사실상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A씨 측은 재판부가 별다른 이유 없이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불공정하다며 기피를 신청했다.
A씨 변호인은 “고소 당사자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기피 신청을 한다”고 말한 뒤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법관 기피 신청은 불공정 우려가 있을 때 해당 법관을 직무집행에서 배제할 것을 요청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날 재판에는 시위자 측 지지자 20명이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이들 중 일부는 재판부가 문 전 대통령 부부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소리를 치고 거친 말을 내뱉어 경고를 받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총 65회에 걸쳐 확성기를 이용해 문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해 욕설·폭언하는 등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그가 사저 인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면서 문 전 대통령 부부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했다고 봤다.
A씨는 또 자신의 욕설 시위에 항의하는 사람을 향해 커터칼을 겨누는 등 협박하고, 마을 주민을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