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북카페를 연다는 소식에 국민의힘은 “잊혀진 삶을 살겠다고 말한 게 불과 열 달 전이거늘 언제 그랬냐는 듯 잊힐까 두려운, 한물간 정치인의 작태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신주호 부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년 만에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 것에는 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지대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내로남불로 점철된 지난 5년 동안 민생을 파탄 낸 자신의 과오에 대해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땅함에도 사사건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임 반년을 조금 넘긴 새 정부에는 훈수질을, 자당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대표와는 어처구니없게도 민주주의를 논하며 언론을 장식한다”며 “조용히 있지 못하는 성품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잊을 권리까지도 빼앗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양산 사저에서 오찬을 하면서 “우리가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된다” “현 정부의 안보 대응 능력이 너무 걱정스럽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대변인은 “자의든 타의든 지지자를 규합하고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는 속내에는 본인의 영향력이 꺼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며 “잊혀진 삶을 살아주는 것이 본인과 국민들을 위해서 최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은) 계속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잊혀진 삶이 아니라 잊혀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삶인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김 비대위원은 “달력도 만드시고 그걸 파시고 사저에 여러분들이 내려가서 상왕정치도 아닌데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건강한 전직 대통령 문화 정립측면에서 옳은 모습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는 문 전 대통령과 반려동물의 삽화가 담긴 달력과 엽서를 판매해 유기견 돕기 성금 1억5700여만원을 모금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한겨레·한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다음 달 ‘동네 책방’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평산마을의 주택 한 채를 책방으로 개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며, 이곳에는 문 전 대통령의 책이 진열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고위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이 된 정책 연구 포럼 ‘사의재’가 18일 출범을 앞둔 만큼 책방이 일종의 ‘친문’ 아지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