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책방에…與 “잊혀진 삶 산다더니, 잊힐까 두려운듯”

입력 2023-01-17 06:58 수정 2023-01-17 09:58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당 지도부와 대화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사저 내 서재에서 책을 보는 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제공, 문 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북카페를 연다는 소식에 국민의힘은 “잊혀진 삶을 살겠다고 말한 게 불과 열 달 전이거늘 언제 그랬냐는 듯 잊힐까 두려운, 한물간 정치인의 작태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신주호 부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년 만에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 것에는 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지대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내로남불로 점철된 지난 5년 동안 민생을 파탄 낸 자신의 과오에 대해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땅함에도 사사건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임 반년을 조금 넘긴 새 정부에는 훈수질을, 자당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대표와는 어처구니없게도 민주주의를 논하며 언론을 장식한다”며 “조용히 있지 못하는 성품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잊을 권리까지도 빼앗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양산 사저에서 오찬을 하면서 “우리가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된다” “현 정부의 안보 대응 능력이 너무 걱정스럽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대변인은 “자의든 타의든 지지자를 규합하고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는 속내에는 본인의 영향력이 꺼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며 “잊혀진 삶을 살아주는 것이 본인과 국민들을 위해서 최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사저 내 서재에서 책을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 트위터 캡처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은) 계속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잊혀진 삶이 아니라 잊혀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삶인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김 비대위원은 “달력도 만드시고 그걸 파시고 사저에 여러분들이 내려가서 상왕정치도 아닌데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건강한 전직 대통령 문화 정립측면에서 옳은 모습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는 문 전 대통령과 반려동물의 삽화가 담긴 달력과 엽서를 판매해 유기견 돕기 성금 1억5700여만원을 모금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한겨레·한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다음 달 ‘동네 책방’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평산마을의 주택 한 채를 책방으로 개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며, 이곳에는 문 전 대통령의 책이 진열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고위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이 된 정책 연구 포럼 ‘사의재’가 18일 출범을 앞둔 만큼 책방이 일종의 ‘친문’ 아지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