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공교롭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날 체포된 것을 두고 야권에서 ‘기획 체포설’을 제기한 데 대해 검찰은 지난해부터 공들인 결과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김 전 회장의 태국 현지 수행비서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해 태국 당국에 전달했고, 현지 경찰이 위치추적을 통해 그날 체포한 것일 뿐”이라고 15일 TV조선에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김 전 회장은 회사에 4500억원 상당 손해를 끼친 피의자일 뿐”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한 기획 체포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주한 태국대사에게 수사 협조를 구하고, 법무부 차관도 태국 대검 차장검사와 화상회의를 하는 등 지난해부터 다각적으로 노력해 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태국 이민국 경찰도 지난 13일 브리핑을 열고 “김 전 회장의 행방을 쫓다가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검거 이후 조사 중 소재를 파악하게 됐다. 한국에서 많은 관심이 있다고 들었고, 한국 경찰과 협력해 검거했다”면서 “도피를 누가 도왔는지, 숨겨놓은 자산이 있는지 등을 추가로 조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야권에서는 기획 수사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조사받으러 가는 날 그분(김 전 회장)이 체포됐다나 잡혔다나 하지 않나”라며 “저는 미리 확보해놓고 그날 발표한 거 아닌가 그런 의심이 들고 이 또한 이거 가지고도 정치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지난 12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이 대표가 검찰에 소환된 날 김 전 회장이 체포되는 게 정말 우연의 일치겠느냐”라며 “최대 7~8개월까지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하루 사이에 자진 귀국을 한다고 한다. 김 전 회장과 검찰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대표는 김 전 회장 관련 의혹을 직접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3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저는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 왜 그분이 제 변호사비를 내느냐. (돈을) 받은 사람은 대체 누구냐. 그럼 그 사람을 잡아가든지 정말 황당무계하다”고 말했다. 이어 “(쌍방울과의) 인연이라면 내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 역시 “이 대표를 만난 적 없다”며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사실상 부인했다. 그는 15일 KBS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 만한 이유도 없다. 그 사람을 왜 만나냐”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초토화됐다”면서 전화 통화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가 대납됐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현재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로, 자본시장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쌍방울그룹을 둘러싼 각종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자진 귀국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수사환경이나 가족들 환경이 너무 안 좋아서 빨리 들어가서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오전 대검 수사관들과 함께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