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설문조사] 야권수사…“전 정부·야당 잘못” VS “대통령실·검찰 탓”

입력 2023-01-16 05:55 수정 2023-01-16 05:55

여야 국회의원들은 정치보복 논란의 원인과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해법에 대해서도 소속 정당에 따라 극명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여야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서 여야 의원 170명의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취합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치보복 논란의 원인에 대해 전 정부와 야당의 책임을 지목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과 검찰을 탓했다.

여야 의원들이 정치보복 논란의 이유와 처방과 관련해 완전히 상반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한국 정치에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보복 논란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으로 이어진다.

국민일보의 이번 설문조사에는 국민의힘 의원 67명, 민주당 의원 97명, 비교섭단체(정의당·시대전환·무소속) 의원 6명 등 모두 170명이 응했다.

“불법행위 수사” VS “정파적 정치전략”

국민일보는 여야 의원들에게 ‘한국에서 정치보복 논란이 반복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을 던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의 절반이 넘는 55.2%는 ‘전 정부의 불법행위로 인해,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는 수사’라고 답했다.

북한군에 의해 2020년 9월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부인 권모씨가 이씨의 형 이래진씨와 함께 지난해 6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 의원들 중 78.4%는 ‘전 정부에 대한 수사를 통해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정파적 정치전략’이라는 답변을 선택했다.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와 ‘탈원전 비리 의혹’ 수사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치 상황이 여야 국회의원들의 의식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두 번째로 많이 꼽힌 응답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인식차는 뚜렷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당한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몰아세우는 정치적 술수’(43.3%)를 두 번째로 많이 택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의 과도한 권한 및 무리한 수사’(75.3%)를 차선으로 골랐다.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은 정치보복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이 적법한 수사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응답의원들은 정치보복 논란의 주범으로 검찰을 꼽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여야가 상대방을 협치의 대상이 아닌, 적으로 규정하는 문화’라는 답변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각각 세 번째로 높은 선택을 받았다는 점이다.

상대방을 협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정치 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의식은 여야 모두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여야와 전 정권 때문” VS “대통령실과 검찰 때문”

‘정치보복 논란의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대해서도 여야의 인식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의원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대통령실’(83.5%)과 ‘검찰’(81.4%)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를 선택한 국민의힘 의원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야 정당’(55.2%)과 ‘전 정권’(35.8%), ‘언론’(23.9%)을 정치보복 논란에 대한 책임이 있는 집단이라고 꼽았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여야 정당’을 꼽은 의원 비율은 10.3%였지만, ‘전 정권’을 선택한 응답자는 2.1%에 그쳤다.


정치보복 논란 끊기 위해 “개헌해야” VS “검찰 규제해야”

‘한국에서 정치보복 논란을 끊어내기 위한 근본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대해서도 여야의 처방은 달랐다.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이원집정부제·내각제 등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을 꼽은 비율(46.3%)이 가장 높았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두 번째로 선택을 많이 받은 응답이 ‘정치보복 논란을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19.4%)는 것이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재 정치구조와 정치상황에서는 정치보복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무력함과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동시에 표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의 14.9%는 정치보복 논란 해법으로 ‘전 정부 수사에 대한 여야·학계·법조계·시민단체 등의 사회적 합의 도출’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개혁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민주당 응답의원들의 69.1%는 정치보복 논란을 끊어내기 위한 대책으로 ‘검찰 수사·기소권에 대한 법적 규제 강화’를 선택했다.

대선 패배 직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할 정도로 검찰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한 불신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대책은 개헌(68.0%)이었다.

‘검찰 규제 강화’(69.1%)와 1.1%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아 민주당 내에서도 정치보복 논란을 끊기 위한 해법으로 개헌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응답의원들의 17.5%는 ‘검찰 권한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법원의 역할 강화’를 대책으로 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등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어줄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법부에 위임하고 승복해야” VS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해야”

여야 의원들은 ‘전 정부나 야권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경우 정치보복 논쟁을 피하기 위한 선결조치는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상이한 답변을 내놨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이 문항에서 민주당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59.8%)와 ‘정치적 논란이 큰 사안은 여야 합의에 따른 특검 방식 채용’(58.8%)이라는 답변이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최종적인 판단을 사법부에 위임하고, 그 판단에 정치권이 승복하는 문화’(83.6%)가 압도적으로 높은 선택을 받았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정치권 수사에 대한 언론의 문제를 지적했다.

국민의원 응답의원들 중 26.9%는 정치보복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결조치로 ‘언론을 통한 의혹 부풀리기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꼽았다.

민주당에서 언론 보도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한 비율은 26.8%로 조사됐다.

정당팀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