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과 친윤(친윤석열)계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는 친윤계를 겨냥해 “제2의 진박 감별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나 전 의원에게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라”고 받아쳤다.
나 전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서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정부를 지킬 수 있겠는가”라며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진정한 성공에 누가 보탬이 되고 누가 부담이 되는지는 이미 잘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에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이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공천 파동을 일으켜 결국 선거 참패로 이어졌던 일을 거론하며 친윤계를 공격한 것이다.
이에 장 의원이 역공에 나섰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는 ‘제2의 진박 감별사’가 결코 될 생각이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어 “대의명분 앞에 개인의 욕망이 설 자리는 없다”며 “‘꼭 내가 당대표가 되어서 골을 넣어야겠다’ ‘스타가 되어야겠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은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은 영화 ‘나홀로 집에’ 주인공과 나 전 의원을 나란히 놓고 ‘羅(나)홀로 집에!’라는 자막을 단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이 잘못된 판단으로 아래 사진처럼 희화화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고 적었다.
비윤(비윤석열)계는 나 전 의원을 측면 지원했다.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당이 망하는 것은 핍박받는 소수를 위해 싸워주는 사람이 다 사라졌을 때”라고 지적했다. 친윤계의 나 전 의원 불출마 압박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같이 당내 갈등이 고조되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려를 표하며 자제를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당대표 출마자는 물론 우리 당원들은 앞으로 ‘친윤’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면서 “윤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서 뛴 우리 국회의원, 당협위원장들은 모두가 다 친윤”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역 의원들은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직책을 맡지 않았으면 한다”며 “당대표 경선 때 줄을 잘 서서 이득 보겠다는 사람들은 오히려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이날 서울 양천갑 당원대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김 의원은 행사 후 기자들이 나 전 의원의 ‘제2의 진박 감별사’ 발언에 대해 묻자 “공천도 당연히 민심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를 선정해서 국민들께 내세울 것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진박 감별사와 비슷한 행태가 이번 선거에 재현되는 건 우리가 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박성영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