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가량 들어가자 엄청난 규모의 공사 현장이 나타났다. 철골 구조물 사이로 타워 크레인, 굴착기 등 각종 중장비들이 보였다. 현장을 찾은 8일(현지시간)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BOSK)는 이곳에 전기차 배터리 파크 ‘BOSK 켄터키’를 조성 중이다. BOSK는 총 114억달러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 3개를 짓기로 했는데, 이 중 두 개가 미국 내 대표적인 시골로 꼽히는 인구 2300명 남짓의 작은 마을 글렌데일에 들어선다. 나머지 하나는 테네시주에 세워진다.
실제 바라 본 현장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BOSK는 이곳 628만㎡ 부지에 1·2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짓고 있는 1공장의 가로 길이만 1㎞가 넘었다. 주 건물의 경우 단층 구조지만 높이도 상당했다. 아파트 12층 높이라고 했다.
부지가 너무 넓어서 작업자들도 주로 ‘버기카’를 타고 이동한다고 한다. 이날 공장 부지 투어 역시 버기카와 포드의 픽업트럭 전기차 ‘F-150 라이트닝’을 타고 이뤄졌다. F-150은 미국에서 매년 시장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차량이다. 한 집 걸러 한 집에 있다고 할 정도다. F-150의 첫 전기차 모델 F-150 라이트닝엔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BOSK 관계자는 “공사장에 전기차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여기엔 (F-150 라이트닝) 3대가 들어와 있는데, 버기카처럼 현장 이동 수단으로 쓰고 있다. 이 공장과 마찬가지로 SK온과 포드 합작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BOSK 켄터키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F-150 라이트닝에 주로 탑재된다고 한다. 켄터키 1·2공장 생산 규모는 86GWh(기가와트시)로, 105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한 F-150 라이트닝을 82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1·2 공장이 순차적으로 양산에 들어가면 BOSK 켄터키는 단일 공장 규모 미국 내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가 된다.
현재 1공장의 공정률은 15% 정도다. 초기 철골 공사만 본다면 70%정도 완료됐다. 지금까지 미식축구 경기장 200개를 채울 수 있는 흙, 투입된 구조용 강철만 소방차 400대 무게인 7900t에 달한다. 바닥 콘크리트 보강을 위해 투입된 철근은 코끼리 470마리의 무게와 맞먹는 3300t이다. 박창석 SK온 BOSK 건설 담당 PL은 “올 3월부터는 기계 배관 공사 등 본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2025년(1공장) 양산 시점에 맞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켄터키 공장에 들어갈 각종 설비에 대한 입찰도 진행 중이다. 한국 장비 업체 참여 비중이 90% 이상으로, 박 PL은 “한국의 고용 창출과 함께 2조원 가량의 경제 효과 등 국내 배터리 생태계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규모에서 알 수 있듯이 SK온은 이곳을 ‘미래 에너지의 심장’으로 조성 중이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현장 와이파이 비번도 ‘FuturePowerStartsHere’라고 설정해 놨다. BOSK는 배터리 생산 공장 뿐 아니라 켄터키주의 지원을 받아 3900㎡ 규모의 교육센터도 내년에 문을 열 계획이다. 약 5000명의 예비 직원들이 이곳에서 배터리 제조 작업, 품질 제조 공정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글렌데일=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